스웨덴 품고 몸집 더 커진 나토…푸틴에겐 '실존적 위협'

입력
2023.07.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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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직전, 튀르키예 '스웨덴 가입' 동의
지리적·군사적 공백 메울 스웨덴... 나토 '환호'

서방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더 강해졌다. 경제 규모, 군사력 등에서 대국인 스웨덴을 32번째 회원국으로 맞이하면서다. 스웨덴의 가입에 반대하던 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반대를 풀었다. 스웨덴은 200년 넘게 이어온 중립국 지위를 벗어던졌다.

나토의 확장은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이다. 유럽 대륙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를 나토에 내주게 됐다. 방어해야 할 지역도 늘어났다. 나토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호했다.

튀르키예의 '깜짝' 결정... "나토 가입, 가능한 한 빨리"

나토 발표와 유락티브 보도 등을 종합하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나토 중재로 열린 튀르키예·스웨덴 정상 회동에서 확정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터키 의회의 비준안 의결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스웨덴 합류로 발트해 품었다"... 천군만마 얻은 나토

스웨덴이 합류하면 나토의 군사적 공백이 줄어든다. 군사적 요충지인 발트해를 나토 국가(스웨덴, 핀란드와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가 품게 됐다. 러시아군의 발트해 본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과 닿아 있다는 점에서 발트해는 중요하다. 스웨덴은 발트해 한가운데 있는 고틀란드섬에 '가라앉지 않는 항공 모함'이라고 불리는 군사 인프라를 구축했다.

스웨덴은 인구 및 경제 규모가 작은 발트 3국의 취약한 군사력을 보강한다. 스웨덴은 방공시스템 패트리엇 등 첨단 군사 장비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비회원국이지만 오랜 시간 나토와 훈련한 경험도 있다.

러시아와 약 1,340㎞ 길이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립국' 핀란드가 지난 4월 나토에 합류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방어해야 할 지역이 확 늘어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엔 큰 부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진하는 북극해 진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립국 지대가 축소되면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중립국으로 남은 건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몰타 등이다. 스위스, 오스트리아마저 최근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영공 방어 계획(스카이실드)에 합류해 "더 이상 중립국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스웨덴 나토 승인권 쥐고 '톡톡히' 실리 챙긴 튀르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반(反) 튀르키예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의 활동을 스웨덴이 눈감아 주고 있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 왔다.

이에 튀르키예에 설득용 '당근'이 제시됐다. 스웨덴은 튀르키예가 '테러 단체'로 규정한 조직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고, 테러 대응 관련 스웨덴·튀르키예의 안보 협정 체결이 추진된다. 나토는 '대테러 특별조정관' 직책을 신설해 양국 협력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스웨덴은 또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입, EU·튀르키예 관세 동맹 개편 △비자 자유화 등도 돕기로 했다. △미국은 튀르키예에 전투기 F-16 판매를 추진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