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교수 재직 중 로펌 법률의견서를 써서 고액의 수입을 올렸다는 논란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임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어떤 사건에서 어떤 내용을 자문했는지는 '비밀 유지 의무'를 내세워 밝히기를 거부했다.
권 후보자는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로펌 의뢰를 받아 작성한 법률의견서 관련 내용은 매우 중요한 공적 관심사이기에 제출해야 한다"는 이상민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권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일하면서 지난 5년간 김앤장 등 대형 로펌 7곳의 의뢰를 받아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작성하고, 총 18억여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권 후보자는 자료 제출 문제로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견서 한 건 당 평균 3,000만 원을 받았고, 사건 재판부와 어떤 관계였는지 등 알 필요가 있음에도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재판부 구성과 의견서 작성 경위, 사건 종류 등에 대한 내용을 즉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권 후보자는 그러나 "비밀유지의무 위반 논란이 있고, 의견서는 로펌의 산물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상의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앞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도를 벗어나 미래로, 세계로 향하는 사법부의 일원이 되겠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사법부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다수의 큰 함성 뿐만 아니라 소수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 준비를 통해 느낀 소회도 밝혔다. 그는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저와 제 가족이 남긴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더 성실하게 더 철저하게 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느꼈다"며 "이처럼 부족한 제 역량과 삶에 비해 대법관의 책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더욱 낮은 마음으로 그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며 "획일성과 편견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