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는 도구가 아니다. 사람이다" 한국에 보내는 프랑스 폭력시위의 '경고'

입력
2023.07.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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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유럽 전문가 인터뷰] 
코코레프 미셸 파리8대학 교수
인종차별반대유럽네트워크(ENAR)

프랑스는 이민자 비중이 높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병력, 노동력 보강을 위해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에서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았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이민 3세대까지 넓히면 프랑스 인구 3분의 1이 이민자 출신이다(2021년 기준).

'사람'을 국가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던 탓일까. 이민자에 대한 국민의 정서는 정책의 관대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인종, 민족, 국적, 종교에 기반한 차별이 숱하게 일어났다. INSEE에 따르면, 이민자의 실업률(13%)은 프랑스 전체 실업률(7%)보다 높다. 경제적 빈곤에 처할 가능성은 크고 건강할 가능성은 작다.

지난달 27일 프랑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알제리계 나엘(17)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안개처럼 깔려 있던 차별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나엘의 죽음이 촉발한 시위는 차별받던 이들의 울분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일보는 이번 시위가 한국과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유럽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차별을 외면하고 사회 통합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가 폭력 시위와 사회 분열로 나타났다"며 "세계에 보내는 심각한 경고"라고 진단했다. 코코레프 미셸 파리8대학 사회학과 교수, 인종차별반대유럽네트워크(ENAR)의 나빌 사나울라 대변인이 6, 7일 인터뷰에 응했다. 미셸 교수는 도시와 노동계급 등 분야의 권위자이고, ENAR은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다.

한국도 경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민자는 130만2,000명. 이들에 대한 차별은 일상적이다. '1년간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나'라는 물음에 5명 중 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세계 최저 출생률로 인한 노동 인구 급감을 이민자로 메우려 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헐값 고용 제도화가 추진되고, 이민청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차별·억압 위에 세운 이민 정책은 프랑스처럼 곪아 터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민자를 받아들인 나라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방 안의 코끼리'를 인정하고, 지도자들은 다양성과 통합을 통치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한국에 미리 온 제언이다. 전문가 2명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나엘의 죽음과 시위가 드러낸 문제는 무엇인가.

미셸= "경찰은 흑인과 아랍계를 특정 그룹으로 구분하고 이 그룹을 절도, 마약, 인신매매 등 범죄와 쉽게 연결지어 왔다. 시위는 아랍계가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 수 있는 나엘의 사연에 공감한 이들이 많아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시위의 폭력성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미셸= "이번 시위를 하나의 단층적 사건으로 보면 안 된다. 시위는 '나엘의 죽음에 대한 분노 → 분노의 지리적 확산 → 시위대의 공공건물 파괴→ 상점 약탈' 등 단계별로 진행되며 거칠어졌다. 약탈까지 가는 시위는 드물어서 상당히 놀랐다. '주류 시스템에 통합된 자'와 '배제된 자'의 폭력적 간극이 물리적 폭력으로 비화했을 수 있다."

-시위 이후 프랑스는 무엇을 해야 하나.

사나울라= "프랑스의 인종 차별은 구조적으로 간과돼 왔다. 차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우리가 구조적 인종 차별을 해왔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절실하다."

※프랑스는 인정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유엔은 "특히 치안 분야에서 극심한 프랑스의 인종 차별을 우려한다"고 지적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민자 차별은 많은 국가의 문제다.

미셸= "전적으로 그렇다. 이민자에 대한 우려와 혐오 때문에 각국 정치권이 극우화하고 사회 통합을 위한 관용 정신이 낮아지고 있다는 건 더욱 문제다."

-정치 지도자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나.

사나울라= "유럽연합(EU)만 해도 이민자 혐오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정부와 지도자들이 차별을 방치하면 '2등 시민'이 양산되고, 그런 계급을 나누는 구조가 고착화한다. 반(反)이민 담론 확대에 기름을 붓고 극우 세력에 힘을 싣는 꼴이 된다. 정치는 다양성에 기반한 통합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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