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만 해도 세계적 경기 둔화로 인해 침체에 빠져 있는 세계 TV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되살아날 것이란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TV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앞당겨지고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신제품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형 프리미엄 TV를 앞세우고 있는 국내 TV 제조사나 패널 회사들도 조심스럽게 낙관론에 기대 하반기를 준비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을 총 2억500만 대 수준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200만 대 정도 늘어난 수치다. 분기별 출하량은 2분기에 소폭 감소한 뒤 3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증가 폭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옴디아는 TV 시장의 수요 회복 신호로 TV용 액정화면(LCD) 판매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55인치 4K 패널 기준으로 올해 초 87달러에서 6월 기준 123달러까지 42% 올랐고, 7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옴디아는 "중국 제조사들이 지난해 바닥을 찍고 점차 상승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 등을 고려해 패널 구매량 및 TV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TV 세트 업체의 유통 재고 건전화가 5개월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신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회복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옴디아는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로 최대 공급량을 찍었던 2018·2019년 팔린 TV가 교체 시점에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제시했다. 당시 2년 동안 32인치에서 55인치 사이 LCD TV가 4억 5,000만 대 팔렸는데 이 TV를 바꿀 시점이 올해 하반기~내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제품 교체 수요가 어디로 가느냐다. 일단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 일본 소니 등은 수익성 때문에 프리미엄·대형 TV를 핵심 상품으로 삼고 있기에 고가 TV 역시 되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생산 라인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재편한 삼성·LG 디스플레이 등 패널 회사도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내놓은 55·65·77인치 OLED TV 라인업에 83인치를 새로 추가, 하반기에 선보이려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제품은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패널을 납품해 만들어진 이례적 사례다. OLED 시장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삼성과 LG라는 전자업계 '맞수' 간 손잡기를 성사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아직까지 프리미엄 TV 시장의 반등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의 TV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반면, 삼성·LG전자는 출하량을 줄였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중저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만큼 시장 상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렌드포스는 "TV를 사려는 수요는 높은 물가 상승 때문에 억제당하고 수요 대부분이 저가 모델에 집중된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조금씩 반등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하반기 소비 회복세가 확산하면 프리미엄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