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최종 퍼즐'로 동원한 정책 수단은 공정시장가액비율 60%다. 지난해 말 종부세법 정부안이 국회에서 절반만 통과하자, 정부 단독으로 고칠 수 있는 '시행령'을 활용한 것. 집값이 오를 경우 한시적 조치로 여겨지던 공정시장가액비율 60%가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종부세는 ①공시가에서 ②기본공제액을 뺀 금액에 ③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표에다, 과표 구간별 ④세율을 곱해 구한다. 정부는 4가지 종부세 산출 기준 가운데 시행령 개정 사안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100% 사이에서 정할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10년간 80%였던 이 비율은 문재인 정부 시기 95%까지 올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연속 60%를 유지하게 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둬야 종부세가 급등하기 직전인 2020년 수준으로 '정상화'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부 입장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60%는 종부세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다. 지난해 종부세법을 뜻대로 개정하지 못한 가운데, 세 부담을 낮추려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묶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종부세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가 가장 강조했던 다주택자 중과 폐기는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집값 하락 등으로 종부세 부담 자체가 축소된 마당에,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최대한 낮게 설정한 건 과도한 감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 불경기로 올해 아파트 공시가는 전년보다 18.6% 떨어졌다.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를 없애지 못한 대신 법 개정에 성공한 기본공제액 상향(1주택자 11억→12억 원, 다주택자 6억→9억 원)도 종부세를 낮추는 요인이다.
예컨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과거처럼 80%로 올리더라도 공시가 20억 원 1주택자의 종부세 과표는 지난해 5억4,000만 원에서 올해 3억4,240만 원으로 내려간다. 공시가 하락에다 기본공제액도 커져서다. 같은 기간 종부세 납부액 역시 432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줄어든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복귀해도 종부세는 적어도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셈이다.
세법 개정이란 정공법 대신 우회로인 시행령 개정으로 종부세를 손질한 점도 도마에 오른다. 공정시장가액비율 60%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고육지책인 면을 감안해야 하긴 하지만, 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정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해 국민 동의를 얻어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세제를 시행령으로 조정하는 건 문제 있다"며 "또 하한선으로 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조세 형평성 제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한 종부세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고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시가 상승에 따른 종부세 부담 확대를 누르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점도 고려해 정했다"며 "집값 상승을 가정해 앞으로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