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창구마저 닫는 남북...상황 관리 위험성은 없나

입력
2023.07.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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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 관련 참모들에게 "이제 달라져야 할 때"라면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는 말로 야권 안팎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가 통일부로 향했다. 극단적 대북 강경론자인 김 후보자와 외교부 출신 문승현 차관이 불러올 통일부 역할 변화는 벌써부터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낸다.

남북 대화창구이자 교류, 협력부처인 통일부마저 대북 강경대응에 투입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을 넘어 극단적 대치국면이 낳을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도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심사인 듯 남북대화 공식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아닌 외무성 국장 명의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의사 거부 담화를 앞서 발표했다. 대화의 장에 끌어들일 공간을 없앨 경우 북한은 더더욱 중국, 러시아에 기댈 수밖에 없다. 북한과 일본 실무자 간의 비밀 접촉이 지난달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우리를 향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도발 강도를 높이는 수순을 택할 공산이 크다. 이런 북한이 겁나서 유화 제스처를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힘에 의한 상황 관리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외교 격언이 있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교류와 대화 창구인 통일부마저 대북 강경대응에 몰두할 경우 한반도 상황관리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도발이 야기한 측면이 적지 않으나 통일부 역할, 위상 변화가 숙고를 거듭한 전략적 선택인지 의문이다. 일각의 분석처럼 총선을 겨냥한 보수층 결집 의도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