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1주기를 앞두고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사건 현장에서 5㎞ 떨어진 공원묘지에 위령비가 세워졌다. 애초 사건 현장 인근에 위령비 건립이 추진됐으나, 주민 반발 탓에 전철로 한 정거장 이상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2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공원묘지 '미카사영원(三笠靈苑)'에서 위령비 제막식이 열렸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과 나라현 출신인 사토 게이 자민당 참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비는 높이와 폭이 각 1m 크기로, 아베 전 총리가 평소 자주 쓰던 글자인 '부동심(不動心)'이 새겨졌다.
당초 검토됐던 방안은 위령비를 사건 발생 장소에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근 주민의 반발로 지난해 10월 나라시는 이 안을 포기했다. 이후 나라현 출신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 사건 현장에서 가까운 사유지를 물색했으나, 이 역시 부정적 여론 때문에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결국 사건 현장에서 5㎞가량 떨어진 공원묘지 미카사영원이 위령비 건립 후보지로 낙점됐다. 조용한 곳이고 경사가 있어 사건 현장 부근을 멀리서 조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이번 제막식도 위령비 제막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해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선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졌다.
아베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에 대한 공판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2일 야마가미가 참석한 가운데 나라지방법원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었으나, 법원에 수상한 상자가 도착해 폭발물 처리반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상자를 보낸 사람은 야마가미에 대한 감형을 요구해 온 단체의 대표로, 상자 안에는 이에 동의하는 1만3,000명의 서명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단체 대표는 "조금이라도 많은 관계자가 봤으면 하는 마음에 보낸 것"이라며 "사법을 방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