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기념식수로 산딸나무를 심었는데 서양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 나무도 산딸나무 종류라고 하지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밥이 달리는 나무'라는 뜻의 이팝나무를 심었는데 아버지가 가난을 극복한 사실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통령마다 기념식수에 특징이 있죠."(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이해 ‘수목 탐방 프로그램: 대통령의 나무들’을 내달 1일부터 운영한다. 청와대 전문해설사들과 관람객이 매일 두 차례씩 청와대 안의 대통령 기념식수 10그루를 돌아보는 행사다. 대통령마다 여러 그루의 기념식수를 청와대에 심었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대통령별로 1명씩 대표 나무를 선정해 현장에서 해설을 제공한다. 상춘재(문재인 대통령 동백나무, 전두환 대통령 백송)를 출발해 백악교(이승만 대통령 전나무)를 지나 관저(노무현 대통령 소나무)와 구 본관터(김영삼 대통령 산딸나무), 본관(노태우 대통령 구상나무), 소정원(박근혜 대통령 이팝나무, 이명박 대통령 무궁화), 영빈관(박정희 대통령 가이즈카 향나무, 김대중 대통령 무궁화)을 60분간 돌아보는 순서로 행사가 진행된다.
나무들에 대한 해설은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농학박사)가 감수했다. 박 교수는 30일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사전 행사에 참석해 나무들에 얽힌 이력을 상세하게 전했다. 이에 따르면 기념식수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국가적 염원이 담겨 있다. 예컨대 노태우 대통령 기념식수인 구상나무는 1988년 식목일에 심어졌다. 한국에서만 자라는 희귀수목으로 학명에도 한국을 뜻하는 ‘코레아나(Koreana)’가 들어가 있다. 박 교수는 “88서울올림픽을 맞아 한국이 웅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심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마찬가지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이를 기념해 홍단심 무궁화를 심었다. 박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이 경호차장을 직접 무궁화만 평생 연구한 성균관대의 심경구 교수에게 보내 제일 풍광이 좋고 예쁘게 생긴 나무를 기증받아 심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목 탐방 프로그램은 매일(매주 화요일 휴관일 제외)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상춘재에서 시작된다. 청와대 경내 관람객은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내달 8일과 15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두 차례에 걸쳐 특별해설을 진행한다. 특별해설 ‘박상진의 대통령의 나무들’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30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국민개방 누리집(opencheongwadae.kr)에서 사전신청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회차당 선착순 30명을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