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짓기 경쟁 속...한국도 용인 클러스터로 속도 높인다

입력
2023.06.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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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사업 기간 단축
각국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 공장 건설 속도전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빠르게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손을 맞잡았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 안정'이라는 화두 아래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 육성에 열을 올리면서 투자 경쟁이 불붙는 가운데 한국 역시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라는 판단으로 본격 속도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경기도·용인시·한국토지주택공사(LH)·삼성전자는 27일 상생협약을 체결해 3월 발표된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부지 조성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신속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해 전체 사업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입지 확보 후 착공은 2026년 말로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정부의 뒷받침으로 더욱 치열해질 파운드리(비메모리) 시장 경쟁 속에서 추가 생산능력을 제때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4%로 선두인 대만의 TSMC(60.1%)에 크게 밀리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생산능력 부족이 꼽히고 있다.

경쟁 기업들도 여러 국가에서 반도체 공장을 적극적으로 짓고 있다. TSMC는 대만 내 신주·가오슝은 물론 일본 구마모토현과 미국 애리조나주 등에 공장을 짓고 있다.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인텔의 추격도 매섭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 주에 공장을 짓고 있고 독일에 새 반도체 단지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경제 안보' 과제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 확보


반도체 공장 건설 경쟁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미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투자 유치에 나선 결과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각국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경제 안보를 위해서라도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한국 정부와 용인시도 적극 나서 용인 국가산단에 공장을 유치한 데 이어 이번 협약으로 전력·용수·도로 등 핵심 인프라 확보를 돕기로 한 셈이다.

국가산단 조성의 또 다른 목표인 '첨단 반도체 생태계' 형성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국가산업단지엔 삼성전자의 5개 공장뿐 아니라 국내외의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연구소 등 최대 150여 개가 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클러스터의 형성으로 전후방 산업 간 생태계의 활성화와 시너지 극대화로 혁신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며 "더 나아가 반도체가 쓰이는 자동차·IT(정보기술) 등 기존 산업과 AI(인공지능) 같은 신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신규 용인 국가산업단지의 조기 착공은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용인을 최첨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구축해 나가기 위해 국내외 소부장 업체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