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겨냥한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이 가시화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의 희망’이 그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이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등을 선보였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성찰과 모색’도 영입인사를 발표했다. 대변인인 편의점주이자 유명작가 곽대중(필명 봉달호)씨는 기성정당을 향해 “의원 빼 갈 생각 없으니 무례한 공격을 거둬라”며 “현 국회의원 가운데 쓸 만한 사람이 몇 명이라도 있냐”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 보기엔 일견 ‘사이다 발언’으로 느껴질 만하다. 정의당도 재창당 방침을 밝힌 터라 시민사회와 제3세력이 결집할지도 두고 봐야 한다.
아직 동참한다는 현역 의원은 없지만 기성 양당에 대한 염증은 포화상태다.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30% 안팎으로 두 정당 지지율을 위협 중이다. 이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4월 15%(한국갤럽)에서 2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당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것도 모자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논란까지 실망스러운 모습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생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여당이야말로 정권 초 유례를 찾기 힘든 무기력한 존재로, 민심 전달은커녕 ‘용산 출장소’란 오명에 헤매는 실정이다.
물론 제3지대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긴 쉽지 않다. 무당층 표심이 선거가 다가오면 사표방지심리로 기존 정당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도의 지역기반이나 대선주자가 없더라도 현 정치권을 ‘응징’해야 할 당위는 만만치 않다. 민심은 분명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 실책에 기대어 반사이익만 노리는 두 정당에 분노하고 있다. 정치는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극한의 대치정국에 편승하는 양당의 공생구조는 깨져야 할 것이다. 제3지대 그룹은 극한의 진영논리를 극복할 비전을 보여주고, 기성 양당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각성해 국민 앞에서 혹독한 혁신경쟁을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