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중 분산에너지 시스템은 수요지 인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전력수급에 용이하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그 역할이 점차 더 커지고 있다. 2021년 6월 정부가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Energy Superstation)'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정부는 이를 전기·수소차 충전과 자가발전이 가능한 복합 충전소라 소개하며 기존의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분산에너지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다. 예컨대 주유소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구축함으로써 전력수요지 밀착형 분산발전 역할을 할 수 있다. 새 부지에 분산 발전원을 마련하는 것보다 기존의 주유소 인프라 및 주유소 내 유휴공간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이 더 적게 들어간다.
둘째,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석유 유통산업의 혁신과 상생방안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 3)과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2022. 7)에도 부합하며, 매우 혁신적이고 세계 유례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만약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세계 탄소중립 이행기 석유업계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비즈니스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아직 산업 생태계 초기인 만큼 민간의 적극적 참여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민간의 참여를 촉진하는 조세·재정정책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보급 토대가 되는 관련 규제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국민적 관심이 커지며, 정부는 주유소 내 수소 연료전지(신에너지) 설치를 허용했고(2023. 6. 9), 자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차 충전업 허용, 전기 안전관리 업무의 대행규모 현실화 등 규제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민간의 혁신적인 미래-에너지-융복합-플랫폼 구상의 성공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