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때 세워진 '국내 1호' 화순탄광 문 닫는다

입력
2023.06.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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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연탄·고려시멘트도 사업 접어
광주 전남 주요사업장 잇달아 폐쇄



그동안 광주와 전남 지역 경제의 큰 버팀목으로 수십 년 동안 활약했던 대형 사업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타산이 맞지 않게 된 곳도 있고, 친환경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 사업을 접는 곳도 있다.

27일 전남도 및 지역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민국 1호 탄광'으로 명맥을 유지했던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화순탄광)가 30일 폐광한다. 대한제국 시기였던 1905년 문을 연 유서 깊은 탄광이 11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화순탄광은 화순군 동복면·동면·한천면·이양면·청풍면 일대 200㎢에 걸쳐 있는 대형 탄광이다. 전성기였던 1970·80년대엔 최대 근무인원이 1,500명에 이를 정도로 지역 산업과 고용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1989년 70만 5,050톤을 캐내 최대 생산기록을 찍기도 했지만,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석탄을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최근 10년 동안 연간 생산량은 22만 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69년째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광주 남선연탄 공장도 다음달 초 가동을 멈춘다. 이곳은 광주 지역에서 마지막 남은 연탄공장이다. 1980년대 연간 1억 5,000만 장의 연탄을 생산했으나, 가정용 난방 연료가 등유나 도시가스 등으로 바뀌면서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2년 기준 2,000만 장이던 연간 생산량은 2021년 450만 장, 지난해와 올해는 400만 장으로 급감했다. 원자재인 석탄을 구하기 어렵고 연탄 수요도 계속 줄고 있어, 적자를 감당할 수 없자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됐다.

1973년부터 가동된 고려시멘트 장성공장도 50년 만에 문을 닫는다. 시멘트, 레미콘, 모르타르의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고려시멘트는 시멘트업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성을 상실했다. 친환경 시설투자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함에도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던 주요 제조사업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폐쇄된 공장의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화순군은 폐광부지 개발을 위해 광업소 부지 매입비 지원, 폐광지역 관련 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화순군은 또 화순탄광의 변천 과정을 기록화하기 위해 ‘화순탄광 아카이빙 구축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본격적인 용역 작업에 착수했다. 장성군도 고려시멘트 공장터에 주거지, 상가, 관광휴양시설을 짓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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