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라이브 인터넷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유사 서비스로 동시 송출을 금지하는 등 방송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전 세계 방송인(스트리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외에선 유명 스트리머가 거액을 받고 신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트위치에서 활동하던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등 경쟁 플랫폼으로 옮길 가능성이 나오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위치는 7일 서비스 약관과 가이드라인을 바꾸면서 동시송출을 금지했다. 동시송출이란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같은 방송을 여러 실시간 방송 플랫폼에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동시송출을 할 수 없는 플랫폼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킥(Kick), 럼블(Rumble) 등이며 국내의 아프리카TV 등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바뀐 규정이 특히 국내 스트리머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최근 트위치가 한국 서비스를 대상으로 저장된 과거 방송 재생(VOD) 및 클립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트위치에서 방송을 이어가는 한국 스트리머들은 트위치 자체의 VOD 기능이 사라지자 방송 내용을 VOD 형태로 남기기 위해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에 동시송출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는데 이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동시송출 규정보다는 같은 날 발표된 스트리머 광고 수익 제한 정책에 대한 반발의 강도가 높았다. 당시 트위치는 방송 자체 콘텐츠가 아닌 '배너' 등의 형태로 방송 화면에 올려놓는 광고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유명 스트리머의 비판이 쏟아지자 일단 없던 일로 했다. 하지만 한 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엔 역부족인 분위기다. 그동안 트위치가 플랫폼 자체에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수익을 스트리머와 나누는 비율을 낮추는 등 꾸준히 긴축으로 해석할 만한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다.
논란 후 일주일이 지난 16일, 트위치에서 인기 있는 프로게이머 출신 영어권 스트리머 'xQc(본명 펠릭스 렝옐)'는 신생 방송 플랫폼인 '킥'과 최소 7,000만 달러(약 900억 원) 규모의 송출 계약을 맺고 방송 플랫폼을 갈아탔다. 유명 여성 스트리머인 '아모런스(본명 케이틀린 시라구사)'도 17일에 '킥'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아모런스의 경우 별도 계약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위치의 정책 변경 소식에 국내 증권가에선 즉각 국내 경쟁사로 볼 수 있는 아프리카TV에 눈길을 돌렸다. 한국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DB금융투자 등은 이달 들어 "트위치에서 국내 스트리머의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으며 유튜브 라이브 등 다른 대안도 있지만 아프리카TV가 그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사실 비슷한 예측이 지난해 말에도 나왔다. 트위치는 지난해 9월 한국 한정으로 방송의 최대 화질을 1,080p(풀HD)에서 720p(HD)로 낮추고 12월에는 VOD와 클립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당시에도 증권가는 아마존과 트위치가 긴축 경영에 돌입하면서 한국 내 사업을 확장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 방송인들이 플랫폼을 옮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아프리카TV에는 기존에 잘 보이지 않던 일명 '버추얼 유튜버'의 방송이 늘고 있다. 이는 개인 방송 진행자가 카메라로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연기하면서 말과 행동, 표정을 표현하는 방송을 말한다.
해외에선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했기에 버추얼 유튜버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그동안엔 이런 방송인들이 주로 트위치를 무대로 삼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후 이 흐름이 아프리카TV로 옮겨붙은 것이다. 방송 플랫폼을 바꾼 버추얼 유튜버들은 아프리카TV에서 샌드박스형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콘텐츠로 활용한 방송을 활성화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방송인이 플랫폼을 바꾸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청자 공동체'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방송인 개인으로서는 도전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개인 방송 시청자들은 방송인 개인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플랫폼에 대한 애정 또한 높다"면서 "평소 보던 방송인이 플랫폼을 바꾸면 따라서 갈아탈 수도 있지만 익숙하게 보던 플랫폼의 비슷한 방송을 택해 보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트위치의 '흔들림'이 일시적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해외에선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한 방송 플랫폼 '믹서'가 '닌자'와 '슈라우드' 등 유명 트위치 스트리머에게 큰돈을 안기며 움직이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트위치에 밀려 입지를 마련하지 못한 채 2020년 사업을 페이스북에 넘긴 사례가 있다. 해외 매체들은 '킥'이 방송인 친화적 정책을 펴고 이적료 명목으로 큰 돈을 지급하며 화제를 뿌리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 플랫폼의 정책 변경은 방송인들이 다른 플랫폼을 찾아 나서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설사 변화가 있더라도 천천히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길게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