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사태 잊었나…'공인 안전 인증' 스르르 눈 감는 침대업계

입력
2023.06.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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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사태 이후 5년…전 제품 인증업체 한 곳뿐
씰리침대 "자체 라돈 검사로 품질 안전 검증"
소비자 안전 최우선…"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국가 공인기관 인증을 받아야만 안전성이 인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자재와 출시되는 시제품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있으니까요.
윤종효 씰리침대코리아 대표


씰리침대코리아는 2019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연간 방사능 피폭량 안전 기준인 1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해 수거 명령을 받은 이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한국표준협회(KSA)의 라돈안전제품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갑자기 그 대상을 2개로 줄였다. 라돈 검출 이후 정밀 진단 장비 'RAD7(라드세븐)'을 이용해 원자재 및 완제품을 스스로 검사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윤종효 대표는 최근 경기 여주시 씰리침대 여주공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새 제품 출시 때마다 1시간 단위로 측정한 값을 모아 총 48시간 동안 안전성을 따진다"며 "3, 4년 동안 KSA 인증을 받다 보니 우리 제품의 안전성에 자신감이 생겼고 일일이 검사받는 과정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번거로운 인증 절차·비용 문제…자체 검사만으로 안전할까


2018년 대진침대를 시작으로 약 18만 개의 침구에서 기준치를 넘는 라돈이 나와 회수 조치가 내려진 뒤 라돈 안전성 유지에 긴장하던 침대업계가 안전 인증 획득에 고삐를 풀고 있다. ①국내 공식 기관인 KSA로부터 모든 판매 제품의 라돈 안전성을 인증받는 회사는 시몬스뿐이다. ②씰리침대는 하모니와 모데라토 2개 모델만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③에이스침대도 대진침대 사태 이후 모든 제품에 KSA 인증을 받다가 2021년 중단했다. 대신 국제 공인 시험기관인 침대공학연구소에 자체적으로 검사를 맡긴다. 회사 관계자는 27일 "매트리스 소재 및 내장재는 라돈 안전 기준치 이하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요청하면 직접 가서 라돈 수치를 잰다"고 밝혔다.

이처럼 침대 회사들이 자체 검사로 대체하는 이유는 비용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내 공식 라돈안전인증 발급 기관은 KSA뿐인데 측정 심사·현장 심사 등에 두 달 정도 걸린다. 심사비도 수백만 원이 드는 데다 매년 갱신해야 한다. 각종 절차 및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인된 기관의 인증보다 셀프 점검으로 방향을 바꾼 것.

문제는 소비자들이 제품이 안전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국가 공인 기관의 인증은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주는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나오는 걸 기억하고 걱정한다"며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데 인증이 없다면 소비자는 업체 말만 듣고 한정된 정보만으로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안전 위해 정보 공개 투명해야"


씰리침대는 이달 초 국내 공식 라돈안전인증 발급기관인 KSA의 라돈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매트리스 제품에도 안전 인증을 받았다고 표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부 매장에선 모든 제품이 라돈 안전 인증을 받았다고 자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돈 안전 인증을 꼭 받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정작 자신들은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윤 대표는 "단순한 착오였다"고 해명하면서 "(일부 매장의 잘못된 안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매트리스 원자재를 정밀 조사하므로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씰리침대는 자사의 라돈 정밀 진단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라돈 사태 이후로 씰리침대는 보급형 측정기인 '라돈아이'를 통해 1차적으로 매트리스 원자재의 라돈량을 측정하고 완제품에 대해서는 정밀 진단 장비인 RAD7을 활용해 2차 정밀 검사를 한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제품 안전을 판매사가 보장해야 하는 만큼 라돈 안전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대·침구에 각종 기능을 추가하고 있어 유해성 물질이 나올 가능성은 늘 있다는 것이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국가 공식 인증은 제3의 기관을 통한 감시를 받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제품 정보 및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주=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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