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에서 ‘젊은’ 암 환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30년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서 암 조기 발병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다만 원인은 아직 불확실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기름진 음식 섭취로 장 내 면역력이 줄어든 탓이라는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의대 건강평가연구소의 1990~2019년 G20 국가들의 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암 발병률이 가장 늘어난 상위 5개 연령대 중 3개가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5~29세의 암 발병률이 가장 눈에 띄게 치솟았는데, 2019년에는 1990년 대비 무려 21.8%나 증가했다.
해당 기간 동안, 암 발병률 상승 2위도 20~24세(19.6%)의 연령대였다. 30~34세(18.6%)도 고령층인 70~74세(18.7%)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오히려 고령층 대부분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80~84세(17.4%)와 85세 이상(17%)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낮기도 했다. 청년의 암 발병률 증가폭이 노인을 뛰어넘은 것이다.
젊은 암 환자들은 특히 대장 등 소화기 관련 암에 취약했다고 FT는 전했다. 해당 기간 동안 G20 국가에서의 15~39세 대장암 발병률이 70%가량 증가한 게 대표적이다. 발병뿐 아니라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암학회의 조사 결과, 대장암 환자의 13%와 대장암 사망자의 7%가 ‘조기 발병자’에 속하는 50세 미만인 것으로 추산됐다.
유독 젊은 세대에서 암 발병이 증가하는 이유는 현재로선 미스터리다. 미셸 미첼 영국암연구소(CRUK) 대표는 “전체 암의 90%가 50세 이상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건강에 치명적인 수준으로 발병하는 건 75세 이상부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30년 사이에 15~39세에서 암 발병률이 평균 24% 늘어난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계는 일단 ‘식습관의 변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30년간 설탕과 포화지방 위주로 바뀐 식단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생태환경)에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질병을 불러오는 박테리아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고, 소화와 면역 체계 전반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FT는 “젊은 층의 암세포는 주로 식도나 위, 췌장, 대장과 같은 위장관에서 증식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마이크로바이옴과 직접 연관이 있는 소화기관이다.
유전적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CRUK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연구진은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가 ‘196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자녀’라는 점에 주목했다. 1950년대부터 미국 등 서방에서는 디저트와 육류 섭취가 곧 부유함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에 196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유년기부터 과당과 포화지방 위주의 식단을 고수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약화했고, 이를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가 물려받았다는 게 이들의 가설이다. 암세포에 취약한 신체 특성이 유전됐기 때문에 발암 위험도 커졌을 것이라는 추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