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주석중 교수님께

입력
2023.06.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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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6일 새벽, 교수님의 응급 대동맥 박리 수술이 끝이 났습니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응급 수술이었습니다. 잠깐 눈을 붙이다 일어난 아침, 교수님은 입원 병동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중환자실을 확인했습니다. 평소와 같은 시작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제자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 회의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병원 가까이 집에 잠시 다녀오는 길, 불의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교수님의 시간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식이었습니다.

교수님을 아는 모든 사람은 환자가 회복할 때 보이는 교수님의 아이 같은 웃음을 좋아합니다.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시도할 가치가 있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던 우직한 용기도 기억합니다. 모든 의료진의 작은 의견조차 흘려듣지 않던 끝없는 겸손함과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따스함이 벌써 그립습니다. 잠시 들렀던 집에서 남기신 "환자가 좋아지면 기분이 좋다"라는 말씀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응급 환자 때문에 병원 바로 옆에서 지내셨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투박한 검정 구두와 자전거 헬멧을 방송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만 생기면 전화를 걸어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흉부외과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씀하시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됐다는 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이 많아요. 함께 할까요"라던 이 메일들은 돌아갈 곳을 잃었습니다.

교수님은 24시간 환자를 걱정했고 흉부외과의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항상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데 숙제를 잔뜩 만들어 주신 채 떠나 버리셨습니다. 사랑했던 환자들과 흉부외과는 남은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떠난 오늘도 우리는 환자를 돌봅니다. 눈물을 참고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을 지킵니다. 환자들이 좋아지고 나면 우리들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요. 교수님의 빈 자리는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평생 환자만을 돌보았던 교수님의 모습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님이 사랑하던 환자를, 아끼셨던 세상을 저희가 열심히 돌보겠습니다. 존경하는 주석중 교수님, 이제 편안히 잠드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 및 학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