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공간·기술은 EV9 이름 값 충분...1억 원 가치 있냐는 글쎄

입력
2023.06.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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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전기 SUV 'EV9' 시승기


기아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시승을 앞둔 심경은 '기대 반, 물음표 반'이었다. EV9이 처음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21년 11월 미국 LA 오토쇼. 콘셉트카였지만 각진 형태, 볼륨 있는 디자인의 '차세대 전기 SUV' 등장을 예고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콘셉트카가,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양산차를 최초 공개하는 등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물을 정식 출시에 앞서 만나봤다. 13일 경기 하남시 하남도시공사 주차타워에서 기착지인 충남 아산시 한 카페까지 약 120㎞, 그리고 이곳에서 충남 부여군 롯데리조트 부여까지 달린 약 92km를 더해 210km 넘게 달렸다. 내관과 외관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공개 행사 등을 통해 많은 정보가 알려진 상황. 이제 과연 최소 7,700만 원, 최대 1억 원대 초반에 팔리는 EV9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 볼 차례다.



주행 가능 거리는 합격점, 충전 속도는 확인 불가



시승 차량은 9,000만 원대 중반에 살 수 있는 EV9 4WD 어스 풀옵션(21인치 휠 적용). 제원상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는 454㎞. 출발하기 전 살펴본 배터리 잔량은 83%로 주행 가능 거리는 420㎞였다. 기착지인 충남 아산시 한 카페를 거쳐 충전 경험을 위해 방문한 충남 공주시 정안알밤휴게소까지 173㎞(고속도로 구간은 약 3분의 2)를 달린 결과 배터리 잔량 45%에 주행 가능 거리는 221㎞였다. 173㎞를 달리는 데 배터리의 37%를 쓴 셈이다. 4.7km를 달릴 때마다 1%가 소진됐다는 얘기로 한 명이 탑승해 '에코 모드'로 주행한 이날 조건을 기준으로 100% 충전시 470㎞ 정도는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또 하나의 검증 포인트는 기아에서 자신했던 충전 속도. EV9은 350킬로와트(㎾)급 충전기로 25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게 하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현재까지 전국 주요 고속도로 등에 보급된 충전 인프라로는 누리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정안알밤휴게소에 있는 SK시그넷의 급속충전기(충전속도 48㎾)로 약 10%(잔량 45%→55%)를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4분. 충전 속도가 100㎾는 넘겼던 대부분 급속충전기와 비교해 이날 충전 속도는 유난히 느렸지만 다른 급속충전기를 써도 보편적 충전 여건상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자율주행으로 자유롭게, 디스크 보호 기능으로 편안하게



차가 달릴 때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은 EV9의 최대 강점이다. 최고 사양인 GT-라인에만 들어 있는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하면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본선 주행시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아도 최대 시속 80㎞까지 알아서 주행한다. 그러나 아직은 반자율주행 격인 'HDA 2(Highway Driving Assist 2)'까지 제공됐다. 주행 중 편안히 간식이나 음료를 섭취하기에 편리했는데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자 잠시 후 '핸들을 잡으십시오'라는 경고를 따라야 했다.

한 시간 정도 달리자 '디스크 보호 기능'이 자동으로 실행돼 피로감을 덜어줬다. 추가 사양이 필요한 '에르고 모션 시트'가 작동돼 시트 내부 공기주머니를 활용해 골반과 허리, 등까지 마사지를 해준다. 2열에서도 '프리미엄 릴랙션 시트' 사양을 적용하면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다리를 쭉 펴고 눕힐 수 있고, 신체 근밀도와 체압까지 스스로 분석해 마사지가 가능하다. EV9의 강점인 3열 시트에서도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고가 지적에 'EV9 역할론'… 소비자의 선택은


이동 수단에서 머물기 좋은 공간으로 변신을 꾀한 모습. 그런 만큼 가격 또한 만만찮다. 실제 이날 시승차(4WD 어스 트림 풀옵션) 가격은 옵션 제외 차량 가격(8,694만 원)에 거의 1,000만 원에 가까운 옵션이 추가 돼 최종 가격이 9,500만 원에 달했다. 가격이 발표되면서부터 불거진 고가 논란을 지우기는 어려운 값이다.

기아 관계자는 가격의 적절성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전기차가 대중화로 가는 과도기이고 라인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 EV9의 역할상 덧붙여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최적의 가격으로 가장 우수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부여=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