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준석·송영길 섭외 말라" 압박에 KBS가 만든 규칙

입력
2023.06.16 13:50
국민의힘, KBS에 "이준석·송영길 편파 패널, 섭외 취소하라" 압박
이준석, 당에 "뭐가 풍년이네.. 모든 방송 출연"
KBS "총선 300일 앞두고 양당 대표 출연 요청, 불발돼 대신 출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방영된 KBS 시사프로그램 방송 출연을 앞두고 KBS에 '방송 섭외 취소하라'고 압박한 당을 향해 "뭐가 풍년이네요"라며 불쾌해했다. 취임 100일을 맞아 "당이 안정화됐다"고 자평한 김기현 대표를 두고는 "당이 죽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순천에서 쉬면서 방송 좀 하자고 연락 와도 거의 다 출연 안 하고 지역 방송국에나 가끔 나가고 있었는데 이따위 성명 내는 거 보고 모든 방송 섭외에 예외 없이 응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날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KBS 시사 프로그램 '더라이브'가 15일 방송에 이준석 전 대표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토론자로 섭외했다고 한다"며 "편파 방송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이준석 전 대표 역시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과 비판적 의견을 서슴지 않고 표출해 와 '여당 측 토론자'로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국민이 낸 수신료를, 피의자 면죄부용 방송 제작에 쓰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며 "KBS 더라이브는 당장 이준석-송영길 전 대표 섭외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당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출연하지 말라는 압박을 KBS를 통해 한 셈이다.

"본인 얘기하면 마이크 꺼져" 특별 규칙에... 李 "쫄았나" 宋 "수신료가 크네"

이에 대해 더라이브 진행을 맡은 이광용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한 이준석 송영길 전 대표를 소개하면서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1TV서 하던 방송을 2TV로 옮겨 개편된) 방송 첫 주고, 오늘이 22대 총선 딱 300일이 남고 해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나와주십시오'라고 공식적으로 부탁을 드렸는데 (불발됐다), 진짜 어렵다"며 "그래서 (대신 출연한 두 패널에게는) 죄송하지만, 아쉬운 대로 두 전 대표를 모시고 (현 양당 대표가 만나지 않는) 이 상황을 두고 훈수 좀 두시라고 모셨다"고 설명했다. 공동진행자인 최욱씨가 "굉장히 오늘 좀 떨리고 긴장도 된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웃으며 "아직까지 인생의 굴곡을 덜 겪으셨나, 뭘 이런 걸 가지고"라고 했다.

또 여당의 압박이 있어서인지 특별히 "두 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말씀하시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진다"는 규칙도 진행자가 소개했다. 이에 이준석 전 대표는 "뭘 그렇게 쫄았냐?(겁먹었냐?)", 송 전 대표도 "압력을 많이 받았어, 수신료가 크네"라면서 웃어넘겼다.

이준석 "안정화? 당이 죽었다는 의견도"... 송영길 "민주당 제대로 싸워야"

이 전 대표는 "당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관계지만 또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도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걸 망각하고 여당이 사실 당정일체라고 하지만 이상한 역할만 맡는다"며 "(예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이름 바꾸자'라고 하는 등 본질과 크게 관계없는 것들을 한다"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도 "(김 대표가 말한) 안정화는 다른 말로 하면 당내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있었을 때는 살아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현 국민의힘은) 유신정권 때 유신도모 정당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민주당에는 "탈당해서 당에 부담을 주는 꼴이라 죄송한 마음이고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탈당해) 밖에 있어 보니까 검찰 독재 정권의 무지막지한 국정 독단에 대해 (민주당이) 제대로 싸우질 못한다. 야당답게 국민을 대변해서 현장에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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