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이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네 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낸 데 따른 반응이다.
15일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불법 쟁의행위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공동 의사에 기초한 하나의 행위 공동체로서 행한 것"이라며 "공동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관계없이 그 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본부장은 이어 "집단적 행위라는 쟁의행위 본질상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귀책사유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판결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도 이번 판결을 두고 "불법 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앞으로 개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공동 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현대차는 2010년 11∼12월 비정규직 파업 당시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해 공정이 중단되게 한 파업 참가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조합원들이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볼 경우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며 이번 판결이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