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의 바퀴가 달린 로봇이 '하반신'을 이용해 계단을 오르내렸고 '상반신'에 갖춰진 짐 칸은 수평을 유지하면서 보관된 내용물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키 1m가량의 이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 '모빈'이 만든 배달 로봇으로, 라이다(빛을 발사해 주변 환경으로부터 반사된 신호를 수집하는 장치)와 카메라를 담고 있어 장거리 배송도 가능하다. 특히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말랑한 바퀴'는 계단에서의 안정성을 높였다.
15일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에서 소개된 모빌의 배달로봇은 현대차그룹이 2017년부터 시행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투자의 결과물 중 하나다. 행사에서는 자율주행 정밀지도, 가상 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감형 디지털 트윈'(현실세계 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한 것) 기술을 보유한 모빌테크, 자율비행 드론에 인공지능(AI)을 입혀 건설현장 안전·품질검사 솔루션 '보다'(VODA)를 제공하는 뷰메진 등의 최신 기술도 알렸다.
이날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부터 모빌리티와 AI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스타트업 20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픈이노베이션 투자는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 등 해외 대규모 투자를 뺀 수치로 세부적으로는 모빌리티 분야 투자액이 7,537억 원, 전동화(2,818억 원), 커넥티비티(1,262억 원), AI(600억 원), 자율주행(540억 원), 에너지(253억 원) 부문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협업하는 주요 스타트업으로는 현대차·기아 주요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지원하는 ①AI 솔루션 기업 마키나락스, ②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업체 아이오니티, ③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배터리 기술 고도화 등을 공동 연구하는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맡는 제로원(ZER01NE)을 세워 매년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제로원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국내 유명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룹 차원에서 미래 대전환을 이끌 스타트업을 발굴해 과감한 협업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분야로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비롯해 자원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양자기술까지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 황윤성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