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9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비공개 접견을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변호사시험(변시)에 5년간 5차례 탈락해 더 이상 응시 기회가 없는 이른바 ‘오탈자(五脫者)’ 구제 방안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전 같은 사법시험 낭인을 막기 위한 제도라지만, 낙오자에게 영구적으로 기회를 박탈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변시 응시기간과 횟수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사 학위 취득 후 5년 내 5회’로 제한하는 법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이후 세 차례나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무제한 응시로 인한 인력 낭비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해 더욱 중대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법조항은 3년간의 로스쿨 교육, 5년의 수험기간 등 8년 이상을 매달려온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다. 지난해 암 투병을 해온 50대가 코로나19에 걸려 마지막 시험을 응시하지 못해 추가 기회를 달라며 소송까지 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자격시험 중 응시 횟수를 제한하는 시험은 없다. 같은 논리라면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시험에 수년째 매달리는 ‘공시 낭인’들도 규제해야 옳다. 오죽하면 경찰청이 오탈자들을 경사로 특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있었겠나.
이대로 두면 오탈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 치러진 11차례 변시에서 오탈자는 총 1,342명에 달했다고 한다. 작년에만 207명이 늘었다. 변시 합격률이 1회 때는 87%였지만 작년 53%까지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
시험에 몇 년을 매달리든, 국가가 인위적으로 막는 건 적절치 않다. ‘사시 낭인’을 거친 이들 중에도 존경받는 법조인은 많다. 국가가 시간 낭비라고 일률적으로 재단해선 곤란하다. 심지어 임신, 육아, 질병 등조차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건 심각한 평등권 침해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교육부도, 법무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기간과 횟수 제한을 풀든, 예외조항을 늘리든, 아니면 다른 기회를 제공하든 낙오자 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