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지만 안심 못 해"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유예 연장 소식에 복잡한 마음

입력
2023.06.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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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상무부 차관,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유예 연장 예고"
미 의회선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후 강경 발언 이어져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막는 규제를 내린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에 대해 내려진 규제 유예 조치가 끝나는 10월 이후에도 연장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1월 이후 중국 공장 운영에 불확실성이 컸던 두 기업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리게 될 소식이다. 다만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주 미국 반도체 업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되는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유예 조치를 당분간 연장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연장될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상무부는 이 보도에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상무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안보를 이유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업체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비메모리칩(로직칩)의 제조 장비를 들여보내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은 이미 중국에서 공정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규제 적용 자체는 올해 10월까지 1년 유예를 받았다.

유예가 끝나는 11월부터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던 두 회사 입장에서는 연장이 현실화하면 큰 짐을 덜게 되는 셈이다. 특히 장비 수출규제 유예는 사실상 중국 내 공장의 안정적 운영을 좌지우지할 핵심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장비 반입은 필수이기 때문에 (소식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美 의회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대체해선 안 돼" 초강경



WSJ은 미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전 세계 산업계가 한데 뭉쳐져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첨단 기술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반도체 제조사들이 '반도체 전쟁'으로 인해 중요한 시장인 중국을 잃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반도체 전쟁으로 미국 첨단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앞으로 미중 간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완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중국이 미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재 조치를 한 뒤 미국 의회에서 초강경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이크론이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두 한국 회사가 대체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중국 장비 수출규제를 지렛대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허용하면서 대중 수출 통제에 예외를 주는 것은 중국 정부에 위험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난달 30일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한 장비 수출규제 유예 조치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