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돈봉투 사건엔 범죄 생중계 같은 녹음파일 있어"

입력
2023.06.12 17:30
한동훈 "매표, 민주주의 존립 위협 중대 범죄"
"돈봉투 받은 의원들이 체포 여부 결정 불공정"
"이정근 녹음파일 등 물적·인적 증거 충분" 주장
윤관석·이성만 "녹음파일 일부 왜곡 확증 편향"
체포동의안 부결에… 검찰 "관계없이 엄정 수사"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자금 살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표결 결과 부결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라고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받은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며 일부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비판했다.

한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표결 전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밝히며 "범죄사실의 핵심은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논리 필연적으로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있고 표결에 참여하게 된다"고 짚었다. 두 의원은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불법자금을 조성하고 현역 의원·지역본부장 등에 뿌린 혐의를 받는다. 이성만 의원은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받은 혐의도 있다.

그는 "최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보면, 약 20명의 표는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이런 상황을 아시고 이 중요한 표결 과정과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0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에 모자란 표도 윤 의원이 8표, 이 의원이 15표였다.

한 장관은 두 의원의 범죄사실 요지를 밝힌 뒤 검찰이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관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전 부총장 통화녹음 내용을 시간순으로 읊으며 "두 의원의 육성이 포함된 것으로 불법 추출·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할 여지도 없고, 대화 분량과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 의미가 모호한 부분도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범죄 생중계 같은 녹음파일들이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2021년 3, 4월 △(이 전 부총장→강 전 위원) "이성만 의원님께서 오늘 오셔서 100만 원 주고 갔다" △(이 의원→이 전 부총장) "(현금 1,000만 원 지칭) 그 돈 내일 주면 안 되냐" △(강 전 위원→이 전 부총장) "윤관석 형이 마지막으로 의원들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얘기하더라"△(윤 의원→이 전 부총장) "내가 회관 돌리면서 쭉 만났거든. 윤○○ 의원하고 김○○ 의원 전남 쪽하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두 의원은 검찰이 확증편향으로 녹음된 대화 중 일부를 왜곡해 혐의 사실을 구성했고, 증거인멸·도주우려도 없다고 피력했다. 윤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하고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심지어 (돈 봉투 수수 의원) 특정도 못 한 상태에서 20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걸 혐의가 있는 것처럼 문제 제기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도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인신 구속 사유가 되느냐"며 "만약 구속된다 해도 할 수 있는 말은 '결백하다'는 단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신병 확보 계획이 불발되면서, 두 의원은 불구속 기소될 공산이 커졌다. 검찰은 입장문을 통해 "헌법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 중대성과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등 구속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심문절차가 진행될 수 없게 된 상황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와 관계없이 전당대회 금품 살포 및 수수 관련 수사를 엄정히 진행해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강지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