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감사 수용한 선관위...공정성 담보할 개혁 이어져야

입력
2023.06.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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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찬스’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감사원 감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수용불가에서 일주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인데 선관위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드러나며 커진 여론의 압박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특혜채용 문제에 한해 한정적 감사를 받겠다는 것이어서 파문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범위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선관위는 떠밀리듯 부분적 감사를 수용했지만 현재 사태를 해결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앞서 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10명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우선 의심되는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자정 의지를 확신하긴 부족하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실제 선관위의 일탈 사례는 줄줄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휴직자 수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93명으로 2020년(107명)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났고, 2022년에도 190명이나 됐다. 가장 바쁜 선거 전후 두 해에 휴직자가 몰린 셈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시기 휴직자 대체 인력을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경력채용으로 대거 보충한 점이다. 보란 듯이 자녀 특혜채용 통로로 활용됐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뿐 아니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고위 간부들은 2018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주말에만 53건, 997만 원을 지출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공명선거 추진' 활동비를 쓰는가 하면, ‘바둑동호회 운영 논의’ 명목으로 스테이크하우스를 찾았다고 한다.

공정한 선거를 책임지는 선관위가 부패의 온상으로 드러난 만큼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런 선관위에 내년 총선 관리를 맡긴다면 그 결과를 신뢰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을 내세워 버틸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선관위에 대한 '외과적 수술'은 공정성을 담보할 총체적 개혁으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감사원뿐 아니라 국민권익위가 최근 7년간 채용 및 승진 사례 전수조사를 벌인다니 실태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선관위의 공신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선거 공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