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한 달간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4월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소관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장외투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은 유족에게 '6월 국회 내 처리'를 약속했지만 정부·여당의 강한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돌입을 선포하며 "국회가 진정성 있는 응답을 내놓으려면 적어도 행정안전위원회는 6월 중 이태원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성은 이날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 매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국회까지 걷는 릴레이 행진과 의원실 항의 방문, 추모 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한다.
회견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4당 대표들도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이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이런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새롭게 강구하고, 억울한 피해자에게 합당한 권리 보장이 가능하도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정부·여당을 겨냥해 "태도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가혹하고 비정할 수 있는가"라며 "지금처럼 '시간이 약이다'라는 태도로 뭉개지 마시고 전향적 입장을 내주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참 못된 집권 여당이다"라며 "망언과 2차 가해를 일삼던 국민의힘은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더니 이젠 참사가 없던 일인 양 잊히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 정부 부처 5곳에서 특별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점을 짚으며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마저 없다면 진상규명이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고 피해 구제와 추모 사업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 발생 반년 만인 지난 4월 야4당 공동 발의로 첫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행안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입법 논의가 중단됐다. 특별법은 독립적 진상조사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추모재단 설립을 골자로 한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특조위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특별법 제정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