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자화자찬이 아니다.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 그것도 미 바이오 업계 리더 입에서 나온 말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USA) 2023'의 시선은 개막 첫날부터 한국 바이오 업계에 쏠렸다. 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석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K바이오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미국 바이오협회(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의 레이첼 킹 회장도 한국을 주목하라고 했다는 말이 돌 정도"라며 이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바이오 USA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로 매년 미국의 바이오 클러스터 도시를 돌며 열린다. 올해는 미국의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에서 5~8일 나흘 동안 열린다. 보스턴은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학이 터를 잡고 있다. 더불어 산학 협력을 갖출 환경이 무르익어 있고 벤처 창업을 위한 케임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도 들어서 있다. 바이오 기술 이전과 연구개발 협업 등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여러 미팅이 진행되는 만큼 세계 65개국 9,144개의 기업·기관이 참가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만에 열리긴 했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여파가 남았던 탓에 참가 기업 수는 3,000곳 정도였다. 중국·일본 기업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아 기업 수가 두 배 이상 뛰었다. 개막 시간에 맞춰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대기 줄만 건물 한 바퀴를 에워쌀 정도였다. 주최 측 참가 등록 기준 인원만 1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기업들의 기대도 남달랐다. 킹 회장 말대로 올해 국내 참가 기업(기관 포함)은 지난해(255개)의 두 배인 550개를 넘겼다. 국내 최대 바이오업체이자 11년 연속 참가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에 이어 참가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부스(167㎡)를 차렸다. 올해는 '당신의 지속 가능한 파트너'를 주제로 전시 부스 내 모든 자재를 친환경 소재로 구성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업이란 점을 내세웠다. 지난해 처음 참가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단독 부스를 꾸려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참가 기업이 많아진 만큼 한국 부스에는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낸시 트레비스 BIO 국제협력부회장도 바이오협회가 차린 한국관을 찾아 눈도장을 찍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첫날부터 외국인들로 부스가 가득 찬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첫날은 한국관(바이오협회 부스)에 한국 사람밖에 없었는데 BIO 측이 수시로 찾아올 정도로 존재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관계자들이 주목한 건 대기업만이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들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서울대도 올해 처음으로 부스를 차렸다. 서울대산학협력단에 속한 중소기업들이 참여한 것인데 이 중 전립선 치료제를 알리기 위해 참가한 셀비온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온승태 셀비온 사업개발팀 팀장은 "대부분 만남이 다국적 제약사(글로벌 빅파마) 관계자와 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뿌듯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