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의 조직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대회 조직위 출범도 늦어졌다.
충청권 4개 지방자치단체(대전 충남 충북 세종)와 체육회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5월 31일까지 조직위 설립을 마치기로 합의했지만 체육회가 조직위 법인 설립 허가에 필요한 발기인 전원의 인감 날인을 거부해 설립이 무산됐다.
갈등의 원인은 상근 부위원장과 상근 사무총장 두 자리다. 충청권 4개 시도는 3월 24일 창립총회를 열어 조직위원회에 상근 부위원장(이창섭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상근 사무총장(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을 선임했다.
그러자 체육회는 "4개 시도가 체육회와 별도 합의 없이 인선을 강행했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반발했다. 2021년 체육회와 4개 시도가 체결한 합의서에는 ‘개최 도시로 확정된 후 체육회와 협의해 대회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이기흥 체육회장은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조직위 구성에 대한 연석회의를 열고 충청원 4개 시도가 추진한 조직위 설입 인선에 대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원천 무효”라며 “체육회와 협의를 안 했고, FISU와도 안 했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어 회의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현재 조직위원장이 4명인데, 모두 출신 지역(4개 시도)이 다르다. 하루에 결정을 수 십 번 해야 하는데 네 명한테 언제 (결제) 도장을 받느나. 위원장은 1명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안건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지자체장이 추천하는 인원과 △체육회·문체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하자고 했다. 갈등의 주요 요인인 상근 부위원장과 상근 사무총장 자리에 대해서도 “상근 부위원장은 그간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자리다”라며 “상근 부위원장이든, 사무총장이든 한 명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체육회의 반발 이후 이창섭 상근 부위원장에게 사무총장을 겸하도록 하고 윤강로 사무총장을 사실상 해임해 2인 체제에서 1인 체제로 운영 방식을 바꿨다. 체육회의 의견을 반영한 조처였다. 하지만 윤강로 사무총장이 가만있지 않았다. 정상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자신을 아무 이유 없이 그만두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갈등을 중재해야 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락가락 행정을 내리고 있다. 문체부는 체육회와 충청권 4개 시도의 원만한 조율을 강조했다가 윤 사무총장이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다시 원안대로 상근 부위원장-상근 사무총장 조직위 2인 체제를 유지하라고 충청권 4개 시도에 요청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사이 시간은 흘러 조직위 구성을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하고 FISU에 연장 요청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관계 기관이 모여 논의하고 6월 안에 정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충청권은 시간만 허비되자 이날 성명서를 냈다. 대전시체육회장, 세종시체육회장, 충남체육회장 명의로 “체육회는 조직위 구성시한을 넘긴 지금까지 560만 충청인의 염원에 제대로 힘을 보태고 있지 않다”며 “개최 파트너로 조속한 시일 내에 조직위가 설립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