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변에서) 기대는 없었고, 우려가 컸는데...”
김은중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은 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특출난 스타플레이어도, 변변한 국제대회 경험도 없어 ‘골짜기 세대’라 불렸던 이번 대표팀이 4강 진출이란 결실을 얻어냈기에 감격은 두 배였다. 그는 “분명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인데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며 숨겨왔던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표팀은 전문가와 팬들에게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2017 한국 대회 당시 이승우(수원FC), 2019 폴란드 대회 당시 이강인(마요르카) 등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U-17 월드컵이 취소돼 국제 무대 경험도 부족했다.
그러나 김은중호는 약점을 강점으로 뒤바꿨다. 한 명의 에이스에게 의존하기보다 협업을 통한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개발했고, 화려한 축구 대신 실리를 챙겼다. 실제로 김은중 감독은 대회 전 “조직적인 협력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으로 승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팀 컬러를 선보이며 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승 후보'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은 실리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당시 한국은 점유율(32%-57%·경합 11%)과 슈팅수(9-24)에서 확연히 밀리고도 2-1 승리를 챙겼다. 2차전 온두라스(2-2 무승부)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무너지지 않는 투지를 선보였고, 16강 에콰도르전(3-2 승)에서는 경기 내내 한발 앞서는 빠른 플레이를 선보이며 ‘원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는 오히려 무명 선수들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김은중호의 주장 이승원(강원FC)은 이번 대회에서 1골 4도움을 기록, 2019년 대회 당시 이강인(2골·4도움)이 세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한국 선수 최다 도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이영준(김천 상무·2골 1도움),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1골 1도움), 김용학(포르티모넨스·1골 1도움), 최석현(단국대·2골) 등도 고른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두 대회 연속 4강행을 이끌었다.
김은중 감독은 준결승 진출 확정 후 “선수들이 그동안 본인들도 몰랐던 최고의 잠재력을 꺼내는 것 같다. 이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제자들을 대견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