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컨테이너로 가득 찼던 경북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에 5일 관광객들이 몰렸다. 바다 위 리조트로 불리는 초대형 국제 크루즈가 2019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영일만항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이날 포항을 찾은 크루즈는 이탈리아 해운사인 ‘코스타 크루즈’사의 11만4,000톤급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다. 길이 290m, 폭 36m에 1,500개의 객실과 대극장, 4개의 수영장과 스파, 카지노 등을 갖추고 있다. 승선 가능한 승객 수만 3,700명이다. 크루즈는 포항을 출항해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대만 기륭을 거쳐 6박 7일의 일정을 끝내고 부산항으로 귀항한다. 국내 여행사가 예정한 일정에는 전체 3,000명 중 2,800여 명이 합류했다.
경기 용인에서 온 승객 박모(59)씨는 “크루즈를 타고 해외여행을 즐기는 건 처음이라 정말 설렌다”며 “실제로 배를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 크고 인기 가수 공연도 준비돼 있어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국제 크루즈 유치에 공들여 온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날 부두에서 축포를 터뜨리며 1시간 넘게 환영행사를 진행했다. 2019년 12월, 포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국제 크루즈를 시작으로 2020년 한 해만 모두 다섯 차례 크루즈를 띄울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전부 취소된 경북도와 포항시 관계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포항시 관계자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는 크루즈 관광산업 활성화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크루즈의 모항이나 기항이 되면, 대규모 국제 관광객이 유입돼 항만은 물론 지역 상권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 게다가 크루즈 전문 인력 양성과 승무원들의 해외 선사 취업, 선박 용품 판매와 연관 산업 활성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포항시는 내년 초 영일만항 국제여객터미널 준공에 맞춰, 크루즈와 국제 카페리 유치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국제 관광객들이 포항으로 들어와 경주 등 주변 관광지까지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여행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김남일 포항시 부시장은 “포항은 타 지역보다 항만 여건이 부족해 크루즈 유치에는 후발주자였지만, 1년 전부터 공을 들여 이번 크루즈를 유치했고 국제여객터미널 준공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 일본 등 환동해권 도시를 중심으로 신규노선을 개발하고 특산물 판매장 등 편의시설도 대폭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