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학원물, OTT에 가야 뜬다?

입력
2023.06.12 08:20
'지금 우리 학교는'·'약한영웅 클래스 원' 등 뜨거운 사랑 받은 OTT 학원물
OTT 관계자 "학원물, 20대·30대 수요 높은 편"

'지금 우리 학교는' '약한영웅 클래스 원' 등 최근 주목받은 많은 학원물들이 OTT 작품이었다. 반면 TV를 통해 공개된 '학교 2021'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얻었다. 학원물이 OTT로 향해야 성공한다는 필승 공식은 없지만 최근의 추세는 어느 정도 상관성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K콘텐츠 중 하나로 꼽힌다.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 세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시즌2 제작까지 확정 지은 상황이다.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은 최근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프랑스의 드라마 시리즈 선정 행사 '시리즈 마니아(Series Mania)'에서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러브콜을 받았다.

웨이브 '약한영웅 클래스 원(Class 1)' 또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위 1% 모범생 시은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 범석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공개 직후 단숨에 2022 드라마 유료 가입자 1위를 기록하며 작품의 힘을 보여줬다. 더불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OTT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 4주 연속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반면 TV 학교물의 성적은 대부분 아쉬웠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한 조이현은 지난해 1월 종영한 '학교 2021'에서도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있다. '학교' 시리즈는 1999년 처음 방영된 후 큰 사랑 속에 이종석 김우빈 등의 신예를 배출해왔다. 시리즈의 명성에 힘입어 KBS2 '학교 2021'이 얻을 성과에도 기대가 모였으나 이 작품은 첫 방송부터 종영 날까지 1~2%대 시청률을 넘나들었다.

'약한영웅 클래스 원'의 주인공 박지훈 또한 또 다른 학교물에 출연한 바 있다. 2021년 방영된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다. 캠퍼스를 배경으로 풋풋한 매력을 담아냈지만 '학교 2021'과 마찬가지로 1~2%대 시청률을 보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한 이은샘이 주연으로 활약한 SBS '치얼업'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3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시청률은 1~3%대에 그쳤다. 같은 배우가 OTT 작품과 TV 드라마를 찾아 양측 모두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냈으나 결과는 엇갈렸다.

접근성 면에서는 TV 드라마가 훨씬 유리하다. OTT의 경우 가입해야 하는 수고가 들고 구독료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1인 평균 2.7개의 플랫폼을 구독한다. 대중의 입장에서 새로운 OTT를 구독하려면 부담감이 상승하는 만큼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의 콘텐츠가 경쟁을 뚫고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OTT 작품이 TV 드라마에 비해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학교물은 OTT 작품일 때 유독 빛을 발하고 있다.

학원물에 요즘 학교의 모습이나 놀이 문화, 유행어 등이 등장하는 만큼 졸업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OTT는 젊은 세대에게 특히 큰 관심을 받는 중이다. 한 OTT 관계자는 본지에 "학원물은 20대와 30대의 수요가 높은 편이었다. 학원물 콘텐츠 공급을 통해 젊은 사용자층의 유입을 확대할 수 있었고 기존 주요 이용자 유지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OTT 작품이 TV 드라마에 비해 소재나 표현의 수위 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학생들의 순수함, 그 안의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좀비, 괴생명체 등과의 혈투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작품이 줄 수 있는 매력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더불어 폭력 장면도 TV 드라마보다 적나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시청자까지 만족시켜왔다.

물론 TV 드라마로 공개된 학원물이 모두 아쉬운 성적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운명을 바꿔주는 금수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MBC '금수저'의 경우 7.8%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순히 학교 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신선한 매력을 담아낸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저 풋풋하기만 하다면 OTT의 마라 맛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MBC드라마넷 '로맨스빌런'이 지난 5일 첫 방송됐다. 캠퍼스 빌런들의 청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인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양궁 선배'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하승리가 출연해 기대를 모았다. 최근 안방극장을 찾았던 TV 학교물이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상황 속에서 '로맨스빌런'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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