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김정은, IMO 통보 시한(6월 11일) 내에 다시 쏘나

입력
2023.05.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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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준비해 발사→직후 추락 
정찰위성은 '핵무력 체계'의 핵심 
"상대 공격 징후 알아야 대응 가능"
김 위원장, 군부·기술자 압박 나설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2년여간 준비한 '야심작'인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31일 새벽 발사 직후 서해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 성공과 대비돼 더 자존심이 상할 법하다. 독이 바짝 오른 김 위원장은 위성 발사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6월 초 다시 쏴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2021년 1월부터 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해 왔다.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제시됐다. 김 위원장은 "가까운 기간 내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해 정찰정보수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불과 2년 반 만에 완성해 발사까지 한 것이다.

군사정찰위성은 북한 '핵무력 체계'의 핵심 고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등 상대의 핵 공격 조짐 때 핵 선제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운운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공격 징후를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찰위성이 핵탄두와 이를 실어 날릴 탄도 미사일 등과 함께 핵무력 완성의 3대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날로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능력과 달리 북한의 정찰 능력은 '깜깜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정찰위성 발사에 김 위원장이 걸었을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다가오는 '전승절 축제', 위성 성공만 한 '폭죽' 없어

난처해진 김 위원장이 군부와 기술자들을 더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우주개발국은 이미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가오는 정치 이벤트에 맞춰 의미 부여하려면 6월 중에는 쏴 올려야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발사 예정 마감일인 6월 11일 0시 이전에 다시 쏠 수 있다"고 내다봤다. 6월 상순에는 노동당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고, 7월 27일은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이다.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정찰위성 발사 성공만 한 '폭죽'은 없다. 홍 실장은 "북한이 실패 가능성에 대비해 예비 발사체와 위성을 추가로 만들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둘렀다가 재차 실패하면 북한으로선 너무 큰 '망신'이다. 냉각기를 갖지 않겠냐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 정도 실패를 하면 보완과 재정비에 최소 4~6개월은 걸린다"며 "엔진이나 연료 체계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소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유대근 기자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