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점심, 저녁은 매일 찾아오는 일상의 어느 시간이다. 때를 말하는 이 말들은 동시에 식사 시간도 뜻하는데, 그처럼 고정된 때에 먹는 일을 두고 우리는 '끼니'라고 한다. 식사 때란 적어도 식구를 한자리에 모아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텔레비전 뉴스가 방송되는 시간은 식사 때에 걸려 있다. 나라별, 문화권별로 식사하는 시간이 다르기도 한데, 흥미로운 것은 식사 때가 한 시간이라도 다르면 주요 뉴스를 방송하는 시간도 다른 점이다.
음식은 삶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니, 끼니란 기본적으로 살기 위해 끊이지 않고서 쭉 이어가야 할 일이다. 그래서 끼니의 사용례는 '먹다'는 말보다는 오히려 '거르다, 굶다, 없어서 걱정이다' 등의 말과 같이 출현한다. 끼니를 겨우 때우면 '입치레한다'고 한다. 그리고 끼니 외, 때를 가리지 않고 심심풀이로 먹는 군음식에 대해서는 '군것질' 또는 '주전부리'로 구별하여 말한다.
끼니의 비슷한말로 세끼, 때, 밥, 식사, 조석반, 옹손 등이 있다. 그중 조석반이나 옹손은 아침밥과 저녁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끼니로 아침과 저녁을 아우르면서, 점심은 왜 같이 언급하지 않는 것일까? 아침이나 저녁과 달리, 점심은 왜 한자어일까? 이런 차별은 '끼니 없는 놈에게 점심 의논'이라는 속담에도 들어있다. 큰 걱정이 있는 사람에게 작은 걱정을 가지고 도와달라는, '경우에 닿지 않는 일'을 빗대는 말인데, 여기서 점심은 아침, 저녁과는 결이 다름을 전제하고 있다. 점심과 관련된 말은 18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는데, '마음을 점검하는 정도로 배고플 때에 조금 먹는 것'을 이르는 불교 선원의 말이기도 하다. 아침이나 저녁과는 달리, '점심'은 남은 주먹밥 한 덩이나 감자 하나로 때우던 과거 어느 때의 모습을 담은 타임머신이다.
때가 되면 먹는 그런 식사가 아니면 '끼니'나 '끼'를 붙이지 않는데, 곡류도 아닌 말에 붙는 '끼'가 있다. 바로 '자리끼'이다. 자리끼는 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는 물이다. 다른 문화에도 있을까 하여 외국어 사전을 두루 살폈지만 자리끼의 대응어는 잘 안 보인다. 물 한 잔도 끼니처럼 여기던 한국인의 마음이 담긴 말이기 때문이리라. 부엌이 꽤 멀고 어둡던 시절, 잠자리 머리맡에 놓여 있던 '자리끼'는 긴 밤을 지키려던 우리 어머니들의 손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