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마다 위성 착착 분리... 우주에 '손님' 모시기 완료

입력
2023.05.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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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단 분리→위성 분리까지 순차 완료
구체적 위성상태 확인은 내일 확인 가능

"5, 4, 3, 2, 1.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25일 오후 6시 24분. 숨 막히는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전남 고흥군 봉래면 마치산 능선 너머로 누리호가 붉은 화염을 뿜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누리호는 조금은 어둑해진 초저녁 하늘을 수직으로 갈랐다. 첫 손님을 싣고 다시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의 떨림은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약 3km 떨어진 프레스센터에도 전달됐다.

발사 15분 만에 임무완수

발사된 누리호는 발사 2분도 되지 않아 하늘 높은 곳으로 사라졌다.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누리호가 사라진 자리에 시선을 머무르며 우주에서 보내올 메시지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우주에서 날아온 메시지는 '성공'을 가리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지상 550㎞에서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분리해내며 임무를 완수했다.

누리호는 미리 계산된 순서에 따라 1·2·3단 분리를 완료했다. 발사체는 약 2분 7초 만에 고도 64km에 올라 1단을 분리하고 2단 로켓을 점화했다. 발사 약 4분 뒤에는 공기 마찰이 거의 없는 고도 204㎞에 진입, 위성 보호 덮개(페어링)를 분리했다. 2단을 지구 쪽으로 떨어뜨리고 가장 작은 모습이 된 누리호는 발사 약 4분 30초 만에 258㎞ 고도에서 마지막 남은 3단 엔진에 불을 켰고 목표 고도인 550km에서 차세대소형위성2호를 분리했다.

발사 13분 5초쯤 분리된 차세대소형위성2호는 남반구를 지나 여명·황혼 궤적에 진입했다. 북반구를 향할 때는 해 뜬 직후(오전 6시)의 지역만, 남반구로 향할 때는 해 지기 직전(오후 6시)인 지역만을 지나는 궤도다. 이 같은 궤도 설계로 차세대소형위성2호는 1년 365일 태양빛을 받으며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 위성의 텀블링(인공위성이 제대로 자세를 잡기 전에 회전하는 것)도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누리호는 △저스택의 JAC를 시작으로 △루미르의 LUMIR-T1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한국천문과학연구원의 도요샛 4기까지 부탑재체 위성들도 약 20초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분리해 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26일 오전까지 각 위성의 신호를 수신하며 보다 구체적인 위성의 상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발사일 하루 연기 등 우여곡절도

누리호는 전날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누리호에 저온 헬륨을 공급하는 밸브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이상을 일으키면서 발사가 하루 연기됐다. 발사대의 헬륨 저장탱크와 지상장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장치(PLC)에서 명령어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진은 PLC의 제어프로그램 수정 작업을 진행한 뒤 6번의 반복 시험을 수행했으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미묘한 시간 간격 문제로 명령어 간의 충돌이 발생해, 간격을 넓히는 로직 변경 작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점검이 끝난 것은 이날 새벽 5시쯤. 밤샘 근무를 한 연구진은 오전 시간 동안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누리호 발사 작업에 투입됐다. 고 본부장은 "피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하다면 빨리 도전하고 싶다는 게 연구진의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날은 하늘도 누리호의 편이었다. 전날까진 두껍고 낮은 구름이 고흥군 외나로도 일대에 머물렀으나, 방사 당일은 비교적 맑고 바람 잔잔한 날씨가 이어졌다.

고흥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