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 어린이들이 말하는 차별

입력
2023.05.25 20:11
[h알파] ep.40 키즈(Kids)가 말하는 노키즈(No kids)존

편집자주

뉴스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이슈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h알파’는 단편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 사이의 맥락을 짚어주는 한국일보의 영상 콘텐츠입니다. 활자로 된 기사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때, 한국일보 유튜브에서 ‘h알파’를 꺼내보세요.


한국의 저출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은 24일 올해 1~3월 출생아 수가 약 6만5,000명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역대 1분기 중 가장 적은 수라고 합니다. 다양한 저출생의 원인 중, h알파는 '아이들을 환영하지 않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들려온 소식만 살펴볼까요?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3개월 된 아들과 함께 국회 소통관을 찾아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용 의원이 2021년 발의한 '국회 아이 동반법'이 여전히 상임위에 머물러 있거든요. 전국 최초로 '노키즈존 금지 조례'를 추진했던 제주도 의회는 12일 결국 심사를 보류했습니다. 사회적 공감대가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요.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전국 노키즈존 542곳 중 78곳이 제주에 몰려 있습니다.

최근 미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노키즈존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노키즈존'을 만드는 것은 영업의 자유일까요, 아이들에 대한 차별일까요? 어른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사자인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h알파가 직접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경험한 노키즈존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세 명의 어린이는 모두 노키즈존을 직접 겪어봤다고 했습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갔을 때 들어간 식당에서 그냥 나와야 했던 경험,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에 어린이는 들어갈 수 없었던 기억. 아이들은 차별당하고 내쫓기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노키즈존을 만든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물건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릴 수 있고, 주변 손님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듣고 싶은 말

하지만 아이들은 속상합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뛰어놀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아이들도 조용히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쫓아내려고만 한다"는 점이 속상하다고 털어놓더라고요.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그러니 "들어오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조용히 있어 달라"고 타일러주면 좋겠다고요. 만약 다른 친구가 시끄럽게 한다면 "공공장소에선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줄 거라고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차별

노키즈존이 나쁜 곳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린이들은 노키즈존이 "한두 개 정도는 있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의아하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으므로, 그들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노키즈존은 아이들 스스로 차별당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차별이란 "다른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현),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지예), "같은 생명을 가진 사람인데,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도연)이었습니다.

어릴 땐 '노키즈존'을 거치고, 사춘기엔 '노 중2존'을, 나이가 들어선 '노시니어존'을 겪게 될지 모르는 아이들. 누군가가 누군가를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는 우리는 아이들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을까요?

※h알파 유튜브 영상 보러 가기(https://bit.ly/3RrDmye)

연출 안재용/ 구성 제선영/ 진행·취재 양진하/ 촬영 안재용·이수연·권준오/ 영상편집 안재용/ 인턴PD 박수빈


양진하 기자
안재용 PD
제선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