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뜬 비행기, 내렸더니 가방이 없었다" 수학여행 가는 짐이 부른 나비 효과?

입력
2023.05.25 04:30
11면
일부 위탁 수하물 놓고 비행기 먼저 이륙
헤어스프레이 등 보안위반물품에 지연


#. 24일 오전 7시 10분쯤.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진에어를 타고 출장길에 오른 외국계 기업 간부 A씨는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한 항공사 카운터에서 위탁 수하물을 부치던 중 캐리어를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가 멈춰서는 것을 봤다. 처음엔 단순 고장이라 여겼지만 비행기에 탑승한 뒤에도 기내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해 이상하다고 여겼다. 잠시 뒤 "수하물을 싣느라 이륙이 늦어진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여객기는 날아올랐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A씨와 일행은 황당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일부 동료의 수하물이 비행기에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수학여행의 나비효과일까.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출발이 줄줄이 늦어지며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김포공항에서 출발이 지연된 여객기만 99편으로 이 중 73편은 목적지가 제주였다.

맑은 날씨였던 이날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한 건 수하물 개봉 검사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역공항에서 보안 위반 물품이 담긴 위탁 수하물이 평소보다 늘어나면서 보안 사고가 잇따르자 공사가 검색을 강화했는데, 특히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의 가방이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공항 보안요원은 수하물을 엑스레이로 판독해 무기나 폭발물 등 위험한 물건들을 탐지·수색하고 이를 걸러낼 수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수학여행 시즌이라 (학생들 수하물에서) 헤어스프레이 같은 에어로졸 스프레이가 많이 나와서 의심 수하물을 꼼꼼하게 살핀 것"이라며 "모든 가방을 다 여는 것은 아니고 의심되는 물품이 있는 수하물만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행기는 출발했지만 보안검색을 채 마치지 못한 짐이 실리지 않은 것이다. 비행기는 한 편만 이륙이 늦어져도 이후 출발 편이 줄줄이 지연되는 탓에 위탁 수하물을 다 실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는 게 A씨와 동료들을 태운 항공사 측 설명이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오늘 김포공항이 전반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 바람에 모든 항공사들이 위탁 수하물을 전부 싣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승객이 모두 타면 일단 항공편을 출발시키고 검색이나 처리가 덜 끝나서 미처 못 실은 수하물은 다음 비행기로 보내는 비상 절차로 운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A씨는 "승객들에게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며 "짐 속에는 업무 관련 물품이 있었기 때문에 이날 출장 자체가 큰 지장을 받았다"고 어이없어했다.

결국 이날 오전 경남 사천공항으로 떠난 A씨 일행의 짐도 같은 날 오후 4시 25분 김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실렸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제주행 비행기는 잦은 반면 사천은 비교적 운항이 적은 공항이어서 바로 다음 편과 간격이 컸다"고 전했다.

박지연 기자
김동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