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이겼더라도 새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 협조해야만 집주인으로부터 지연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A씨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B씨와 2011년 10월부터 2년간 보증금 1억3,000만 원, 월세 55만 원 조건의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 만료 무렵부터 B씨가 갱신 거부의사를 밝혀 계약은 종료됐으나 A씨는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B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B씨는 이에 A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보증금 전액과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승소 후 태도를 바꿔 A씨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 협조하지 않았다. 집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보증금이 준비되면 연락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만 보냈고, 월세도 내지 않고 집에 거주하다가 2022년 5월이 돼서야 퇴거해 A씨에게 집을 인도했다. A씨는 이에 부동산 인도 의무를 다하지 않은 B씨에게 보증금 반환 지연손해금을 모두 지급할 수 없다며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세입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의 의무 불이행 등은 보증금 반환 판결 이후 새롭게 생긴 사정이 아니란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종전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이미 A씨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B씨의 부동산 인도의무는 동시 이행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연손해금 산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B씨가 판결 선고 이후 A씨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판결 이후 새롭게 발생한 (의무) 이행 제공 중지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B씨의 이행 제공이 어느 시점에서 중지됐는지 심리해 그 시점까지의 지연손해금만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배제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