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에서 현 집권 정당인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의 압승을 이끈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연립정부 대신 단독 정권을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1차 총선의 기세를 이어 2차 총선까지 치러 신민당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그리스 매체 카티메리니 등에 따르면, 그동안 '연정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미초타키스 총리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이날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에게 정부 구성권을 반납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다음 선거에서 신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6월 25일 2차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 같은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건 전날 그리스 총선에서 신민당이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21일 실시된 총선 개표 결과, 보수 성향의 신민당은 40.79%의 득표율로 전체 300석 중 146석을 가져갔다.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에는 5석이 모자라긴 했어도, 당초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20.07%·71석)를 크게 따돌린 것이다. 신민당은 59개 선거구 중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득표 1위를 거머쥐었다.
선거 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민당과 시리자의 지지율 격차는 6∼7%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신민당이 실제 득표율에서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2월 발생한 열차 정면충돌 참사에서 ‘정부 책임론’이 나오는 등 총선 결과가 불투명하게 점쳐졌으나, 유권자들은 결국 그리스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손보고 성장을 이끈 집권 여당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2019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 총리직을 꿰찬 미초타키스 총리가 있다.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대규모 복지 정책으로 국가 부채가 쌓여 갔고, 결국 2015년 국가 부도 사태까지 겪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의 미초타키스 총리는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그리스 대수술’에 나섰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혔던 무상의료 정책과 연금 제도를 개편, 2020년 206%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171%까지 끌어내렸다. 경제성장률도 2021년 8.4%, 2022년 5.9%의 호조를 보여 신용 등급 회복도 목전에 두고 있다.
신민당의 단독정부 구성 여부를 좌우할 2차 총선은 다음 달 치러질 게 유력하다. 그리스는 4년마다 치르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을 경우, 제1~3당이 연정 협상에 돌입한다.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40일 이내에 2차 총선을 실시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추가 배분한다. 2차 총선에서 1당이 되면 최소 20석,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기게 된다. 따라서 신민당이 2차 총선에서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단독 과반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