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에 '갑질·뒷돈' 의혹까지...확대되는 KT 겨냥 검찰 수사

입력
2023.05.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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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임원, 협력업체에 물품 구매 강요한 뒤 
수십억 뒷돈 '윗선' 구현모 등에 전달한 의혹
평가 대상 하청업체에 내부기밀 누설 의혹도
檢, "문제 생길 위험" 지적 묵살 진술도 확보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본사 핵심 임원들의 '갑질'과 '뒷돈 거래'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다. 구현모 전 대표 측근인 본사 임원들이 인사권과 평가권을 내세워 계열사에 부당 지시를 내리고, 그 과정에 수십억 원 상당의 뒷돈이 오갔다는 것이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지난달 KT 계열사와 하청업체 임직원을 참고인 조사해 신모 경영지원부문장과 휘하 간부들이 물품 구매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신 부문장과 안전보건총괄 A상무가 KT 소유의 전국 500여 개 건물에 대한 시설관리를 도맡은 업체 4곳 등에 안전모·안전띠 등 비품을 과도하게 구매하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 부문장 측으로 30억~40억 원 상당의 뒷돈이 건네졌고, 이 중 일부가 구 전 대표를 포함한 윗선으로 전해지는 등 모종의 리베이트가 의심된다는 관계사 측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지원부문은 KT 소유 건물의 시설관리 하청업체에 대한 평가권과 계열사 임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곳으로 책임자인 신 부문장은 구 전 대표의 '경영 파트너'로 꼽히는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구 전 대표 재임 때였다.

검찰은 KT 본사 임원들이 물량 특혜를 준 업체에 안전 평가 관련 내부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시설관리 하청업체의 사업 평가를 하는 KT 본사의 경영지원부문 산하 안전운영팀장 B씨가 2020~2022년 물량 수혜업체인 KDFS에 평가 대상 건물을 미리 알려줬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해당 평가는 상·하반기에 각각 3곳씩 무작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평가 대상 장소는 중요한 기밀 사항 중 하나다. 검찰은 당시 시설관리 업무 발주 주체인 KT텔레캅 소속 임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지만, 신 부문장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폭언을 했다는 진술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물량 특혜를 받은 KDFS에 취업한 황욱정 대표 자녀들의 사무실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황 대표가 남중수 전 KT 대표의 측근 인사라는 이유로 관계사 대표직에 올랐고, 물량을 과다하게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특혜로 얻은 수익금 일부가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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