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운영한 의료기관에서 일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진 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최근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부산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A씨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울산 남구에 치과 병원을 열었다. 다만 병원 운영은 매월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B씨에게 맡겼다. B씨는 A씨를 고용하기 전부터 이미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었고, A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A씨와 B씨는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고, 의료인은 어떤 이유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병원 운영에 나선 것이다.
부산지검은 2019년 1월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데 이어,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6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며 45일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고용기간 대부분(2013년 1월~2017년 9월)은 복지부 처분시효인 5년이 지났다"며 "위법성이 경미한데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건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처분 시효 도과 주장에 대해선 "징계 시점인 2022년 6월 8일을 기준으로 최종 행위 시점인 2017년 9월은 5년 시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량권 남용' 주장에 대해서도 "A씨는 의료의 질을 유지하고 공공성 훼손과 서비스 불균형, 시장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규정을 어겼다"며 "A씨가 4년 9개월간 B씨에게 고용돼 근무한 점 등에 비춰보면 위법성이 경미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