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이전, 지구 온난화 위험 기준 '섭씨 1.5도' 처음으로 넘어선다"

입력
2023.05.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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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WMO 과학자 종합 분석 
"지구, 5년 내 역대 최고로 더워져"

인류가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연평균 섭씨 1.5도 상승' 현상이 이르면 2027년 이전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당초 과학계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류가 기상을 관측한 이래 처음으로 해당 수치 실현 확률이 50%를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17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기상학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WMO 소속 기상 관측 과학자들은 "2027년 이전에 66%의 확률로 지구 온난화의 연평균 상승 한계 수치인 섭씨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WMO는 2020년 "5년 이내 지구가 1.5도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은 20% 미만"이라고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1.5도) 한계 수치를 넘어설 확률은 50% 안팎"이라고만 밝힌 바 있다.

WMO 기상 관측 데이터를 총괄하는 아담 스카이프 교수는 "인류가 처음으로 1.5도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범위에 도달했다"며 "인류 역사상 이렇게 한계에 접근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WMO 과학자들은 2027년을 전후해 최악의 지구 온난화 사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망했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등에도 지구의 온실가스 발생이 크게 줄지 않았고 엘니뇨 현상도 재현되고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지구가 역대 최고로 더워질 확률은 98%"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분석상 1.5도 한계 수치 초과 현상이 영구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페테리 타알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날 "이번 연구가 '지구가 영구적으로 (연평균) 1.5도 상승 현상을 이어간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며 "핵심은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그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신호가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이 위험 기준으로 책정한 '1.5도'는 "10~20년 이상 매년 섭씨 1.5도 이상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전 세계에 폭염과 폭풍,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더 크게 발생한다"는 의미로 정의된다. 1850년 기후 관측 이후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이었으며, 올해 태국 등 전 세계 각국도 봄철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폭염 사태를 겪고 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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