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동해상에서 50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지진이 보고된 탓에 공포가 배가 되는 분위기다.
강원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6시 27분 지진 발생 후 1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건물이 잠시 흔들리거나 진동을 느꼈다는 정도로 건물에 금이 가는 등의 직접적 피해는 없었다. 동남해안을 따라 자리한 원자력발전소도 영향이 없었고, 지진해일(쓰나미)도 일지 않았다. 학계에선 통상 규모 6.5 이상 지진 뒤 동해안에 쓰나미가 밀려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해안 주민들의 체감 진동은 측정치를 훨씬 웃돌았다. 동해시 천곡동 주민 홍모(61)씨는 “세 차례 ‘쿵, 쿵, 쿵’ 하더니 3, 4초가량 좌우로 흔들림이 뚜렷했다”며 “난생처음 느낀 진동”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해안가에 거주하는 김모(64)씨도 “집이 흔들려 밖으로 나오니 지진 발생을 알리는 문자가 와 있었다”면서 “최근 동해에서 지진이 계속돼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월요일 출근 시간을 앞두고 제법 강한 진동이 감지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흔들림을 느껴 무섭다” “멀미가 날 정도다” 등 두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진앙과 가까운 강릉과 동해ㆍ삼척시는 최초 진동 후 “여진에 대비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이번 지진은 올 들어 내륙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규모 4.5 이상 지진도 2012년 12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 해역(규모 4.9)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동해안은 물론 충북과 안동, 영주 등 경북 내륙에서도 땅이 흔들렸다는 신고가 들어올 만큼 위력이 작지 않았다.
특히 동해시 북동쪽 50㎞ 해역은 전날(규모 3.1)을 합쳐 올해 55차례(규모 2.0 미만 미소지진 포함)나 지진이 난 곳이다. 이 해역에선 앞서 2019년 4월 19일에도 규모 4.3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이 급히 대피해야 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2.0, 3.0을 오르내리던 규모가 4.5까지 강해져 지역사회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더 큰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공포까지 엄습했다.
행정안전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강원도 역시 지진 발생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것을 관계 부서에 긴급 지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자력발전소와 통신, 교통 등 국가기반 서비스에 장애가 생기지 않게 하고, 지진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위험 지역 주민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점검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