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셋째 주(올해는 5월 14~20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이다. 자궁 입구(경부·頸部)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므로 무료 접종 대상자라면 가급적 적기에 백신을 맞는 게 좋다.
자궁경부암이 최근 감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2018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의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10만 명당 2009년 12.3명에서 2018년 8.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5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고, 3,500명 정도가 새로 진단된다. 2018년에는 800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하루 10명 정도가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고 2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자궁경부암이 감소하는 이유는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oma Virus·HPV)에 대한 백신 무료 접종 사업과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사업 때문”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자궁경부암 정기검진과 백신 접종은 자궁경부 이상과 HPV 감염을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하면 치료 성과가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 이상 여성에 2년에 한 번 자궁 경부 세포 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이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암 직전 단계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검진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인 HPV 감염을 예방하면 암 발병도 막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HPV 감염을 막는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접종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가 2016년부터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무료로 예방접종하고 있으며, 현재 13~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까지 지원 대상이 넓어졌다.
이에 따라 12~17세(2005~2011년 출생)인 여성 청소년과 18~26세(1996~2004년 출생) 저소득층 여성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 접종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 접종 당일 기초생활보장 급여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확인 서류를 보건소나 지정된 의료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2~3회 맞아야 한다. 접종 횟수는 대상자 나이에 따라 달라지므로 의료기관에서 상담해 정확한 횟수와 일정을 확인하는 게 좋다.
대상자 중에서 이미 접종을 받았으면 이미 접종한 것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남은 접종 횟수에 대해서는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남성의 HPV 백신 접종도 점차 늘고 있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 항문암·음경암·두경부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하기 위해 남성 접종도 권고된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HPV 전파를 막아 자궁경부암 발병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이승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HPV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남성에게는 음경암 등 남녀 모두에게 항문암과 두경부암 등 질환을 유발한다”고 했다.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에서는 HPV 백신 필수 접종 대상에 남자 어린이도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용어 대신, ‘HPV 백신’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권고안은 HPV 예방 백신의 접종 대상을 9~45세 여성에 9~26세 남성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