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에게 1000만 원 줬다더니 "제가 썼을 수도"... 유동규 또 오락가락

입력
2023.05.12 22:00
유동규 "그때 안 줬을 확률이 20%" 진술
남욱에게 돈 받은 이유 추가 "술값 부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이 "2013년 설 연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1,000만 원을 줬다"는 진술을 스스로 뒤집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이 재차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실장은 2013~2020년 7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2억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도 뇌물 공여자로서 정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됐지만 최근에는 증인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재판에선 "2013년 1월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아 1,000만 원은 김 전 부원장에게 줬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지난달 법정진술이 논란이 됐다. 유 전 본부장이 이날 "김 전 부원장에게 1,000만 원을 준 게 확실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심지어 "1,000만 원은 김 전 부원장에게 줬거나 제가 썼을 것"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에게 2,000만 원을 받아 본인은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던 지난달 진술과는 확연히 달라진 입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면서 "김 전 부원장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1,000만 원을 전달해서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며 "그때(2013년 설 무렵) 안 줬을 확률이 20%"라고 부연했다.

남 변호사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이유도 과거 진술과는 다소 달라졌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은 배경에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은 유지했지만, 과도한 술값 비용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공직자 신분인데 남 변호사로부터 순순히 돈을 받았나'는 정 전 실장 측 질의에 "김 전 부원장은 술만 먹으면 제 앞으로 (외상을) 달아 놨다"며 "2010년만 해도 (그 값이) 4,000만~6,000만 원이 돼서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주려다 실패한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고 2021년 8월 초와 8월 말로 언급했고,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는 5,000만 원의 출처를 '김만배씨'에서 '김만배씨 또는 남 변호사'로 바꿨다가 다시 '김만배씨'로 정정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일 '돈의 출처에 대한 진술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가 뭐냐'는 정 전 실장 측 질문에 "수시로 변경했다는 게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돈 전달 부분을 제외한 과정이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