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10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며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홍 시장과의 면담에서는 협치를,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단합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일정 내내 여야 대화 복원이 주요 화제로 오른 것은 야당과의 협치에 거리를 두고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년간 경제는 추락하고, 안보는 무너졌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1년 내내 전임 정부 탓, 야당 탓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향해선 "국정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와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의 대대적 쇄신을 촉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윤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을 주문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출범 1년인 지금이야말로 인적 쇄신이 필요할 때"라며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쇄신을 통해 국정동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최우선 쇄신 대상으로 꼽으며 대통령실 내 검찰 출신 인사 교체와 대통령 배우자 일정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요구했다.
이후 대구시청을 방문한 이 대표는 홍 시장과의 면담에서 '여야 협치 복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특별법' 통과를 약속하며 대구시와 민주당이 정기국회 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홍 시장은 이에 반색하며 "그러면 대구에서도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표 역시 "정치가 실종된 것 같다"는 홍 시장의 지적에 "정쟁에서 전쟁 단계로 돌입한 것 같다"며 "당연히 대화해야죠"라고 호응했다.
특히 홍 시장은 상대 정당의 대표를 만나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홍 시장이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어차피 (윤석열) 정부는 정치에 노련하지 않다.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홍 시장은 "민주당이 어느 하나의 직역(간호사)을 위해 정무적으로 힘 쏟는 것은 민주당스럽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간호법은 여당도 대통령도 공약했던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최근 책방을 연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앞치마 차림의 문 전 대통령이 책방 앞까지 마중을 나왔고, 두 사람은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자택에서 차담을 나누면서 '당내 단합'과 '여야 대화 복원'을 주로 언급했다고 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께서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모두 '하나가 되자'는 것이 의원들과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대화는 정치인에게 일종의 의무와도 같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페이스북에 "당 안에서건 당 밖에서건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