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노동자들 "노동자 고려 부족한 노동개혁... 노동시장 약자 보호에 집중해야"

입력
2023.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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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에 대한 철학은 왜곡됐고, 사회적 대화는 실종됐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노동권이 약한 노동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다."(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

"한마디로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청년들은 비판적이었다. 사회적 대화 없이 개혁 방안을 마련하면서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했고, 결과물 역시 노동자 보호 방안 등이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정부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표 노동개혁, 노동자 실종"

10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포럼: 교육, 노동, 연금, 3대 개혁 어떻게 풀까'의 노동개혁 세션에선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이 토론을 벌였다.

김설 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노동개혁 과제들은 모두 사회적 갈등을 내포해 첨예한 논쟁이 필요한 주제들인데도 정부는 대화 파트너가 돼야 할 노동조합을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대화하지 않았다"면서 "정부 관료, 일부 학자들이 논의해 도출된 결과를 개혁의 정답으로 삼는 것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준환 의장은 "노동정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는) 노사 자율을 강조하면서 노동권이 약한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고, 기호운 활동가도 "노동개혁이 노동자의 삶 개선을 위한 것인지, 정치적 성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평했다.

토론자들은 특히 '주 최대 69시간 근무' 논란을 일으켰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는 노동자 입장에 입각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준환 의장은 "정부는 노사가 합의해 자율적으로 연장근로를 유연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율적 합의가 어려운 현실도, 과도한 노동시간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대책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할 방안이 없다면 원점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설 위원장도 "노동시간은 산업화 이후 모든 인류가 단축하려 노력해 온 것"이라며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인데, 단축 없이 유연화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정부·노조 모두 노조 밖 노동자에 집중해야"

시급한 노동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이 달랐지만, 노조 밖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김설 위원장은 "현재 폭증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미보호 노동자를 위해 법·제도를 보완하는 식의 노동규범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준환 의장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는 노조를 새로 만들 의지, 존속할 의지가 쉽게 꺾인다"면서 "자율적인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노조 조직률을 끌어올리는 제도 개편과 노동 교육 강화를 통한 권리의식 함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들은 경색된 노정관계를 회복하고,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 약자를 위한 노동개혁을 위해 함께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준환 의장은 "정부가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영계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지, 어느 한쪽에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노동계도 대화에 참여하는 등 노사정 모두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서로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호운 활동가도 "양대노총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노조 밖 노동자, 취약 노동자를 위한 초심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되새겨 볼 때"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