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강한나(24)씨는 치아교정을 위해 치과에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혀 운동을 시켜주는 구강기구를 사용하면 단기간에 치아교정은 물론 얼굴을 브이라인으로 만들어 주고 이중턱까지 없애준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구매해 사용했다. 그러나 효과는커녕 턱관절에 통증만 생겨 병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
김상운 통합치의학 전문의는 "혀나 안면 근육 운동으로 구강구조나 얼굴형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힘들다"며 "단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혀 운동은 윗니와 아랫니가 닿지 않는 개방교합이나 턱관절 통증, 이중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치아교정의 경우 턱관절 구조를 바탕으로 교정하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무턱대고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이중턱을 없애주고 얼굴형을 브이라인으로 만들어 준다는 구강기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다양한 종류로 판매되는데 대부분 의학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제품들이다. 자칫 안면 통증이나 턱관절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1950년대에 활동한 영국의 치과의사 존 뮤(John Mew) 박사의 주장을 홍보에 활용한다. 뮤 박사는 당시 자신의 성을 따 '뮤잉운동'으로 명명한 혀의 운동을 통해 혀와 구강 내 근육을 강화하면 위턱이 바로 성장하고 아래턱의 비정상적 발달을 막아 얼굴이 바르게 교정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혀 운동 훈련을 지속할 경우 치아 모양이 삐뚤어지는 것이나 부정교합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턱 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다.
최근 이런 뮤 박사의 이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다. 안면근육을 강화하는 제품부터 혀를 움직여 혀근을 강화하는 기구부터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발성장애나 안면 장애가 있는 이들이 사용하는 운동기구까지 미용 목적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뮤잉운동'이라는 이름의 이론은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상당수 의료인은 뮤 박사의 이론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혀 운동뿐만 아니라 호흡이나 자세 등 다양한 요건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뮤 박사의 주장은 이론상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효과는 미미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성장이 다 이뤄진 성인에게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치아교정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뮤 박사의 논리를 응용한 제품 중 물고만 있으면 치아교정이 된다는 제품도 있다. 수면 시 물고 자거나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착용하면 부정교합은 물론 치아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제품이다. 대부분 해외직구를 통해 판매되는데 치아교정을 하려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런 제품을 문의하거나 사용해 본적이 있다는 것이다.
치아교정은 단순히 치아가 비뚤어진 것이 아닌 부정교합(치아 배열이 좋지 않아 치아가 서로 바로 맞물리지 않는 현상)으로 인해 교합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다.
참고로, 구강구조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 부정교합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악 전돌. 측면에서 봤을 때 윗니와 위턱이 돌출된 경우다. 두 번째는 개교로 어금니는 맞닿지만, 앞니 부분이 맞닿지 않고 벌어져 있는 모양새다. 세 번째는 과개교합으로 윗니가 아랫니를 과하게 덮고 있는 형태를 말한다. 네 번째 반대교합은 측면에서 봤을 때 아랫니와 아래턱이 돌출돼 윗니를 덮을 경우다. 다섯 번째는 총생으로 치아가 좁은 부위에 뭉쳐서 나고 치아 배열이 부분적으로 넓다.
치아교정은 단순히 치아구조만 바꾸는 것이 아닌 턱관절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치아 전체와 뿌리까지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세하게 이동하는 원리다. 특히 치아 뿌리는 치조골이라는 잇몸뼈에서 조금씩 이동하면서 회복하는 과정인데 특정 운동법으로는 너무 긴 시간이 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오히려 부정교합이 악화할 수 있다.
치아교정 원리는 부정교합이 된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장치나 방법을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정법은 브라켓이라는 장치를 치아에 부착하고 교정용 철사와 고무줄 등의 탄력을 이용해 치아를 조금씩 이동시키는 고정식 교정법인데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치아 색과 유사한 장치를 사용한 세라믹 교정장치나 치아 뒤로 교정장치를 부착하는 설 측 교정법도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스캐너로 시뮬레이션 분석과 진단을 통해 만든 투명교정 장치도 있는데 일상생활이나 잠잘 때 착용하는 방법이다.
김상운 전문의는 "최근 해외직구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면서 검증되지 않는 의료행위가 마치 신기술처럼 보여 이를 무턱대고 사용하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면 부정교합이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인과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