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가 세금을 납부한 뒤 눈물을 흘리자, 이를 지켜보던 초등학생들이 "아저씨 잘못이 아니니까 죄책감 갖지 마세요"라고 위로했다. 아이들은 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잘못을 뉘우치는 일"이란 말도 건넸다.
MBC 'PD수첩'은 지난 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전두환 손자, 전우원을 위로해주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9일 방송 예정인 녹화분의 일부가 담긴 영상에는 우원씨가 취득세를 내는 장면이 담겼다.
'PD수첩'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씨가 운영하던 '비엘에셋' 회사가 경기 오산의 땅을 취득했고, 이 회사 주식 지분이 있는 우원씨에게도 취득세 납부 의무가 주어졌다. 우원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산 땅의 소유주 중 한 명이 돼 총 약 1억 원의 취득세를 납부해야 했다. 기존 납부 금액을 제외한 남은 금액 5,100만여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원씨는 '취득세(부동산)-2011년 이전' 항목으로 해당 금액을 납부한 뒤 "됐다. 어제랑 오늘 해서 다 (납부)했네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이 돈이 우리 가족이 정당하게 벌어서 저한테 준 돈이 아니잖아요"라며 "제가 과세한 내역에 관련돼 돈 낸 거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을 어겼고 거기에 대한 처벌로 벌금이 나온 거잖아요. 그걸 내야죠. 죄가 있는데 제가 번 돈이 아깝다고 안 내면 (안 된다)"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이 "법은 아버지가 어겼잖아요"라고 하자, 우원씨는 "전두환씨가 비자금을 다 얻었어도 비자금이 흘러간 게 자녀들한테 있으면 그건 범죄로 얻은 돈이니까 환수를 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은 이치)"이라고 답했다.
이때 맞은편에서 우원씨를 보고 있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2명이 "아저씨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라고 위로했다. 제작진이 "이 아저씨 누군지 아냐"고 묻자, 아이들은 "전두환 손자분"이라고 수줍게 대답해 우원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또 아이들은 "전두환이 잘못한 거죠. 아저씨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라며 "(옳은 방식으로 번 돈이 아니면) 기부하면 된다. 기부해서 죄를 덜어야죠"라고 제안했다.
이에 우원씨는 "맞아. 너네 잘 안다. 너희들은 어린데도 형보다도 더 옳은 생각을 하네"라며 "형은 이런 생각은 항상 했지만, 실천하는 데 27년이 걸렸다"고 자책했다.
그러자 한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잘못을 뉘우치는 거니까요"라면서도 "죄책감은 갖지 마세요. 아저씨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요"라고 제법 어른스러운 말도 했다.
아이들은 우원씨를 바로 알아본 이유에 대해 "(학교에서) 5·18 조사하고 와서 알게 됐다. 오늘 5·18에 대해서 공부했다. 4·19도 했고, 6월 민주화항쟁도 (공부)했다"며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우원씨는 "너희 정말 대단하다. 기특하다. 형이 창피해서 어딜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고맙다. 방금 형이 옳은 일을 하자마자 천사들이 와서 괜찮다고 해주니까 희망이 보인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