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2차 IRA' 추진… 의회외교 강화로 국익 지켜야

입력
2023.05.06 04:30
19면

미국 연방의회가 3일(현지시간) 중국을 겨냥한 신규 수출·투자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국 경쟁 법안 2.0'으로 명명된 이 입법 계획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대중 기술 이전 및 투자 제한이 골자다. 집권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주도한 이날 기자회견엔 같은 당 상원 상임위원장 14명이 총출동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미국과 우리 동맹이 중국의 기술 발전에 필요한 자금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 등에 대한 규제 동참 압박을 예고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인 우리에겐 또 한 번 경제적·외교적 난관이 예상된다. 안 그래도 반도체법·인플레감축법(IRA) 제정, 반도체장비 중국 반입 제한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의회와 정부가 취한 일련의 대중 견제 조치로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반도체 중국 생산 비율이 높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까지였던 장비 반입 금지 유예기간의 연장이 유력해져 한숨을 돌렸지만 새로운 규제법이 생기면 현지 공장 운영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법·IRA 독소조항 완화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처럼,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나면 아무리 미국 정부를 압박해도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어려워진다. 지금부터 미국 의회의 의중과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입법 단계에서 우리 국익 반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이번 법안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공화당과의 협상을 남겨둬 입법까지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대중 규제는 미국 내 여론의 지지가 높은 사안이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이 계속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 내부의 긴박한 상황 변화를 알아채지 못해 뒤통수를 맞았던 IRA 제정 때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차제에 정부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 미 의회 안에 탄탄한 인맥과 소통창구를 구축하는 체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