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신화' 다음(Daum)이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따로 살림을 차린다. 독립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포털 시장에서 추락한 위상을 되찾겠단 포부다.
카카오가 포털 다음 사업을 담당할 CIC를 15일에 세운다고 4일 밝혔다. 회사가 다음을 별도 회사로 독립시키는 이유는 검색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 정체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포털만의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독자적인 의사결정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음 서비스를 위한 목표를 따로 세우고 이에 맞춘 서비스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측은 "검색,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다음 서비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새 서비스 형태는 논의 중이지만 다음 포털 사이트 안에 들어간 기능 일부에 AI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CIC 대표는 현재 카카오에서 다음 사업을 이끌고 있는 황유지 부문장이 맡는다. 황 부문장은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 서비스플랫폼실장을 역임했다. 플랫폼 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포털 사이트' 개념을 처음으로 알리고 대중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다음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게 됐다. 1995년 이재웅 창업자가 세운 다음은 무료 메일 서비스(한메일)와 커뮤니티 서비스(다음 카페), 검색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포털업계 개척자이자 최강자였다. TV광고를 통해 '다음에서 만나자, 다음'이라는 유명한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지식인'을 앞세운 네이버와 세계적 정보기술(IT) 공룡 구글에 점유율을 뺏기면서 정체에 빠졌고 2014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뚜렷한 반격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포털의 핵심인 검색 시장에서도 점유율 4.67%에 머무르고 있다. 네이버와 구글 점유율은 각각 59.46%, 30.61%다. 이날 발표된 카카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다음을 포함한 포털비즈 매출액은 1년 전보다 27% 줄어든 836억 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