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있는데도 응급환자 거부해서 사망했다니...

입력
2023.05.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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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에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한 10대 환자와 관련해, 권역외상센터가 병상이 있는데도 환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가 엉망이고, 의료진 개인의 잘못된 판단에 생사가 결정될 만큼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다. 이들 병원은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사후 제재보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컨트롤타워와 시스템의 구축이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층 건물에서 추락한 10대를 구급차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8개 병원 중 4개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용을 거부했다. 대구파티마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이고, 경북대병원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데도 그렇다.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현행법이 명시한 환자의 중증도 분류도 하지 않았다. 추락환자인데도, 대구파티마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고했다.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두 번째 의뢰 당시 병상이 하나 있었고, 다른 환자 상당수가 경증 환자였지만 수용을 거부했다.

이번 사건은 권역별 병상 현황과 경증·중증 환자 수치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실시간 파악하게 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병상이 있는데도, 병원 관계자가 “없다”고 하면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황당한 일이다.

응급·외상센터는 정부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수가 문제는 부차적이다. 정부는 4개 병원에 시정명령 이행 시까지 수천만~수억 원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는 수천만 원가량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정부는 구급대의 환자상태 평가 강화 및 소방청의 이송병원 선정 매뉴얼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매뉴얼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응급중증환자가 발생할 시 어느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정보를 미리 확보하고 대기할 정도의 정보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병원 간 응급중증환자의 진단 정보 공유를 허용해서 이송이 쉽도록 하는 법 개정도 더는 미룰 수 없다.